‘6.25 영웅’ 백선엽 장군

“요즘도 그날이 되면 북한이 또 무슨 장난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주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육군의 `살아있는 전설’ 백선엽(89) 육군협회 회장은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발발 59주년을 맞는 소회를 이같이 말하며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백 회장은 6.25 전쟁 때 사단장, 군단장을 거쳐 1952년 만 31세의 나이에 최연소 육군 참모총장 자리까지 오른 영웅이다.

백 회장은 “우리 민족이 겪은 가장 큰 전쟁이다. 휴전을 앞두고 (위도) 38도 선과 37도 선 사이에서 피를 흘려가며 한치의 땅도 더 얻으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6ㆍ25를 회상했다.

“우리는 전쟁 때 북한과 달리 군사적으로 전혀 준비가 안됐어요. 사흘 만에 수도 서울을 빼앗겼습니다. 준비 없는 사람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백 회장은 전쟁이 터지자 부대를 이끌고 후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말라리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낙동강 방어선에선 “내가 먼저 두려워 후퇴한다면 나를 쏴라”라고 부하들을 독려하며 싸웠다.

결국 전세가 역전돼 북진(北進)할 때는 “나라의 자존심이 걸렸다”며 행군을 강행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를 꽂았다.

백 회장은 또 휴전 협정 이후에는 미국 정부에 방위조약을 제안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사단을 대거 늘리는 등 한국군의 현대화에 앞장섰다.

정부는 이 같은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한국전쟁 60주년인 내년에 국내 첫 명예원수(5성 장군)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북한은 여전히 용서할 수 없는 존재다. “북한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의도가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조선노동당 강령에 적화통일이 목표라고 명시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도 한 달에 1∼2회, 현충일과 6ㆍ25가 낀 매년 6월에는 매주 한번 이상씩 군부대와 공무원 연수원, 기업 등지를 찾아 안보 강의를 한다.

이런 백 회장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젊은 세대가 전쟁의 참혹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다. 그는 “한 세대가 약 30년이니, 전쟁이 터진 지 벌써 두 세대가 다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의 외에 최근 국방부 산하 군사(軍史)편찬연구소가 만드는 ‘6.25 전쟁사’의 자문도 맡았다. 전쟁 전후의 사료를 모아 책 12권을 발간하는 프로젝트다.

편찬에 필요한 작전 지도와 문서, 사진을 일일이 검토하는 게 그의 일. 아흔을 앞둔 고령이지만 백 회장은 “내 머릿속에는 당시 기억이 아직 또렷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가 평소에 좋아하는 고사성어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백 회장은 “기동력 있게, 겸손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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