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편지’ 저자:노재성 레인스펠 펴냄 |
장편소설 『스탈린의 편지』속 이야기다. 소설 속엔 남·북한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통일한국’이 등장하며 ‘통일한국’은 당시 얽혀있는 국제관계속에서 스탈린과 맥아더의 ‘계략’에 의한 ‘부수적인’ 작품으로 묘사된다.
이 소설은 미국과 소련, 소련과 중공 등 강대국 간의 치열한 음모와 암투로 세계지도가 바뀌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대체역사소설이다.
저자 노재성 씨는 역사를 뒤집어서 6.25 전쟁의 비극을 새로운 각도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한국전쟁 이야기를 수집해온 6.25전사 발굴 연구가로서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장기간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을 펴낸 레인스펠 출판사도 소설의 전문성을 위해 물리학자, 세균학자, 예비역 장교, 전직 정보요원, 러시아 문학박사 등의 감수를 받았다고 한다.
소설 속 ‘통일한국’은 암울하다. 2003년 공산주의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생화학 테러에 서울은 황폐화 되고,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서울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변해 평양으로 수도이전을 한 상태다
이로 인해 ‘군부독재’ 정권이 들어서고, 독재정권은 남자들의 장발을 잘라버리고, 여자들의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며 언론의 입을 막아버린다.
▲‘스탈린의 편지’의 배경이 되는 동아시아 지도 |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6.25전쟁 후 ‘통일한국’ 등장이 스탈린과 맥아더의 ‘빅딜’의 산물로 묘사되면서 시작된다.
6.25전쟁 당시 스탈린은 미국이 소련을 압도하는 핵무기로 소련 인구의 70%를 몰살시킬 계획인 ‘쉐이크 다운 작전’을 몰래 빼내어 접하게 되고, 미국과의 핵 대결은 ‘무모한 짓’이라는 결론에 따라 맥아더를 통해 트루먼 미 대통령과 뒷거래를 시도한다.
‘쉐이크 다운 작전’은 이미 트루먼의 재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더욱이 미 장성들은 소련을 압도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6.25전쟁 시기에 작전을 실행해 소련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스탈린은 밀사를 파견하는 동시에 맥아더와 끊임없는 물밑접촉을 시도, 마침내 미 대통령 트루먼과의 대화를 성사시킨다. 소설 속 스탈린은 “중공을 미국에 넘겨 줄 테니 서독을 소련에 넘기라”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트루먼은 이 제안을 받아드리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를 별다른 반발 없이 영향권에 넣게 된다. 특히 중국 역시 맥아더의 통치아래 놓이게 된다. 사실상 동아시아 공산세력이 지도상에선 사라진 것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내 소수민족들을 독립시켜 티베트국, 위구르국, 몽골국, 만주국으로 만들어 통일한국과 함께 친미성향의 동아연방을 결성시키고 미군을 주둔시킨다. 러시아와 자유중국, 과거 공산당 출신 테러세력에 대한 견제가 그 목적이었다.
이처럼 소설은 6.25 전쟁과 전후 국제사회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조명해 독자들에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소설 속에선 김일성에 의해 숙청되는 박헌영(남로당 위원장)이 실제와는 반대로 김일성을 전범으로 몰아 사형을 선고한다. 또 중공의 팽덕회는 한국 전쟁에 무모하게 참전해 나라를 잃게 한 모택동을 공산당에서 영구제명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게릴라 집단의 우두머리가 된다.
소설은 베일에 싸여있는 6.25전쟁의 비밀을 파헤치는 젊은 사학도의 모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있다.
6.25 전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흥미로운 상상력은 책을 읽을수록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중견 시인 조정권은 책에 대해 “지난 역사를 비틀어버린 ‘스탈린의 편지’는 상상력의 축제 마당”이라고까지 평하고 있다.
‘스탈린의 편지’는 상당부분 픽션을 가미해 역사를 재구성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소설 속 한국도 여전히 강대국들의 파워게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6.25 전쟁에 대한 새롭고 발칙한 해석으로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는 점에서 일독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