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종전선언 왜 필요한가

북한이 2.13합의 이행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가운데 국내외에서 6.25전쟁 종전(終戰)선언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57년이 지난 시점에서 뜬금없는 ’종전선언’ 논란이 일반 국민에게는 선뜻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정부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정치권 등에서 종전선언은 화두가 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을 보면서 적절한 시점에 각국이 합의할 때 할 수 있다”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이 정도면 우리가 어떤 선언을 할 수 있다’고 할 때 합의해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지난 5월 초 비공개 세미나에서 평화체제 논의에서 북.미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8.15 등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도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을 통해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 수용을 적극 검토키로 하는 등 종전선언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백승주 박사 등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종전선언이 왜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선언을 해야 하는지, 한반도 안보상황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 정리했다.

◇ 종전선언이란 = 현재의 정전협정 만으로 6.25전쟁이 종결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평가와 관련이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전쟁이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이 최근 종전선언 검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현재의 정전상태를 ’전쟁종료’로 보지 않은 데서 출발하고 있다.

두 차례의 서해교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쟁이 중지된 상태’이자 ’기술적으로 교전상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미국과 북한, 남과 북이 교전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도자간 선언’이나 ’당사국간 약정’을 통해 교전 중인 관계를 청산하고 대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는 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종전선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어떤 의미 있나 = 종전선언의 가장 큰 의미는 ’사실상의 종전상태’를 법적.제도적 종전상태로 바꾸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주체가 되는 법률적 여건이 조성돼야한다. 남한이 휴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동안 평화협정 당사자가 누가될 것인 지 등을 놓고 논쟁이 있어왔기 때문에 전쟁의 종료선언은 이런 논쟁을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당사자 문제를 남북한으로 압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결 구도와 대결적 정치의식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전쟁위협을 강조하면서 대결적 정치의식을 조장, 국내 정치에 활용해왔고 남한 또한 정전상태라는 압박감을 유지하면서 대북정책을 펴왔다는 것. 이 때문에 종전선언은 대결적 구도를 공존적인 구도로 바꾸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미간 적대적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종전선언으로 두 나라가 사용해온 ’교전상태’ ’적대관계국’이란 용어를 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 누가 하나 = 국제정치 현실 속에서 현재 ’상대를 교전상대, 적대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국가들만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럴 경우 미국과 북한, 남북한이 주체가 된다는 것.

북한을 공통변수로 해 미국과 남한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국제정치적 차원의 접근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남과 북이 종전선언을 하거나 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은 사실상 미국과 종전선언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은 북.미가 종전을 선언할 경우 향후 평화체제 논의과정에서도 남한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용하기 어렵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남.북.미가 동시에 종전을 선언하는 형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3국이 먼저 종전을 선언하고 북.미 수교를 통해 종전선언을 발효시키는 방법이 실효적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어떻게 추진하나 =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초당파적 합의가 필요하며 이를 북핵문제 해결에 앞서 이뤄낼 것인지, 선 순환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과 장관급회담 의제로 상정해 남북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중국이 선언 주체에서 제외될 경우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평화체제를 추진하는 디딤돌에 불과하기 때문에 ’종전선언 이후 OO년까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공동노력한다’는 데 관련국들이 합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종전선언을 북핵폐기와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북핵 폐기 및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북핵 폐기 내용 및 시점과 철저하게 연계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미, 북.일수교와 종전선언이 연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종전선언에는 북.미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관리기구 구성 등이 담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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