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납북자 명예회복 길이 열렸다”

“그동안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전쟁납북에 대한 진상규명과 10만여 명에 달하는 6·25전쟁납북자의 명예회복 길이 열렸다.”


전후(戰後) 납북자에 집중된 관심에 남몰래 눈물만 훔쳤던 이미일 6·25전쟁납북가족인사협의회 이사장(사진)의 일성이다. 지난 2일 ‘6·25납북자 진상규명·명예회복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방청객에서 지켜봤던 이 이사장은 말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정부와 국회, 국민의 무관심으로 사멸될 위기에 놓였던 ‘6·25전쟁납북자’라는 단어가 살아났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아픔도 잊혀졌다. 11일 청량리에 위치한 단체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이제야 전쟁납북자들이 진정으로 위로받게 되는 시간이 시작됐다”고 특별법 통과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회 회원들만이 그분들의 눈물을 닦아왔다. 이제 우리나라가 닦아 주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10여 년간의 활동을 이제 보상 받을 수 있게 된 게 아니냐고 축하 인사를 건네자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전쟁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한걸음 나간 것에 불과해 지금부터가 할 일이 많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불편한 몸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그의 사무실 책상위에는 여전히 전쟁납북자와 특별법 관련 서류들이 가득했다.


당장 시행령을 만들고 국민총리 소속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 위원회’와 전국 16개 시·도에 만들어질 실무위원회 구성 등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법에 골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행령을 잘 만들어야 방대한 조직운영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명예회복위원회는 국무총리, 통일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가족대표 등 15명 이내로 구성토록 하고 있는데 이 이사장은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등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납북자 문제는 당시 휴전협정 당사자였던 미·소와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특히 외교부의 참여가 중요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법률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전쟁 납북자를 위한 기념사업도 가능케 됐다.


이 이사장은 “제주 4·3기념사업관을 봤는데 너무 거창하더라. 납북된 분들의 공적을 기리는 자료를 전시할 수 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면 될 듯싶다. 전쟁기념관 안에 납북자 기념관을 만들어 이곳을 찾는 청소년,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납북자 책임 당사자는 北, 김정일.조선노동당이 책임져야”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6·25납북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납치의 당사자인 북한에 면죄부를 줄 생각이 없다”며 “김일성 체제를 이어받은 김정일과 조선노동당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저지른 납치가 세상에 밝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라며 “아직까지도 북한은 철저히 이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비판하며, 이 이사장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앞서 세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6·25납북자 가족 16명이 북측에 생사확인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단 2명에 대해서만 생사를 확인해줬고, 14명은 ‘확인불가’라는 입장을 통보했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가슴앓이’도 토로했다. 그는 “국가를 상대로 같은 방향에서 일해도 힘든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은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은 국가의 자살행위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0년 전인 2000년 11월 단체를 창립한 이 이사장은 정부가 ‘없다’고 밝힌 납북자 명부를 찾아내 96,013명에 달하는 납북자 명단을 정리·분석하는 자료를 만들어 공개했다. 또 2008년에는 북한의 조직적인 납북이 있은지 58년 동안 정부가 이 문제를 외면했다는 점을 항의키 위해 정부를 상대로 58원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납북자의 가족이 세월의 흐름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이산의 아픔을 안고 이 세상을 등져야 했던 모습을 지척에서 지켜봐야 했던 이 이사장은 “당연한 몫이었다”고 회고했다.


전쟁납북자 문제를 거론할 때 우리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대결미치광이들의 불순한 책동’ ‘인간쓰레기들의 서푼짜리 광대놀음’이라고 비난하고 가족회 이름을 거론해서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고 위협했을 때 “오히려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6.25납북자법 시행령이 공포될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의 납북자 가족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의 말씀이 있다면 60년 시간동안 정부의 무관심으로 생긴 가족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전쟁납북자법 표결에 앞서 이뤄진 찬반토론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법안을 만들면 납북과 월북의 이념대립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반대 논리를 펴면서 월북자 가족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더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반대한 월북과 북한의 치밀한 계획 속에 이뤄진 납북이 구분되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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