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7년 `발전의 끈’ 이어가는 남북관계

18회. 북핵 `2.13합의’가 도출된 지난 2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넉달 동안 남북 간에 이뤄진 당국 간 회담 횟수다. 크고 작은 접촉이 거의 매주 이어진 것이다.

2회. 작년 7월 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부터 올해 2월까지 일곱 달 간 열린 남북 당국 간 접촉 횟수다. 당시 남측의 쌀 유보 방침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사실상 단절됐었다.

지난 1년 간 보여진 회담 횟수의 이같은 급격한 변화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2000년 6월13일부터 사흘 간 이뤄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만남이 남북이 반세기동안 계속됐던 반목의 역사를 뒤로 하고 화해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외신기자클럽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7년 간의 과정은 적대를 넘어 화해로, 불신을 넘어 신뢰로,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가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6.15 정상회담 이후 당국 간 만남이 크게 늘어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열린 각종 접촉이나 회담만 총 194회로, 평균 연간 27.7회에 이른다.

남북 당국 차원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1년 8월 이후 6.15 회담 전까지 29년 간에 걸친 남북 간 대화가 모두 359회로 연 평균 12회 가량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남북 협력은 주로 경제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2004년 첫 분양에 들어갔던 개성공단에는 현재 23개 기업이 북측 근로자 1만5천여명을 고용해 월 1천만 달러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등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성을 넘어 성공적인 경협모델로 서서히 틀이 잡혀가는 모습이다.

또 6.15 정상회담 직후 시작된 철도.도로 연결사업으로 이어진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통해 하루에도 수 백 대의 차량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오가고 있고 지난달에는 역사적인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돼 한반도 철도가 대륙으로 이어져 유럽까지 뻗는 장면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경공업-지하자원 공동개발 협력사업도 남북이 `윈-윈’하고 경제적으로 보다 가까워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군사 분야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2004년 두 번의 장성급회담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 핫라인을 가동하고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물을 치우는 성과도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NLL 재설정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하자는 북측 주장에 막혀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서해상 공동어로와 철도 개통 등 핵심 경협사안들이 군사적 보장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군사 분야가 경제 분야의 협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 같은 현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민감한 이슈가 터질때마다 남북관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우리 정부가 비상경계 강화 조치를 취하자 북한은 이를 문제삼아 당국 간 대화의 문을 닫아버렸고 이듬해 4월 임동원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 한 뒤에야 그해 8월 제7차 장관급회담이 열리면서 다시 정상화됐다.

한동안 순조롭던 남북관계는 2004년 7월 정부의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와 이어진 탈북자 대량 입국 문제를 북한이 다시 트집을 잡으면서 1년 가까이 경색되기도 했다.

남북관계의 가장 큰 위기는 작년 10월 북한 핵실험으로 찾아왔다.

북한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며 핵실험을 단행했고 그 여파는 남북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넘어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사업 및 금강산관광사업 등 경협사업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논란 끝에 대북 화해협력 기조를 유지한 정부의 최근 대북정책 방향은 그래서 군사적 긴장완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탄력을 받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핵심 안보현안인 북핵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6.15 정상회담은 남북화해협력 시대를 개막시키고 한반도 긴장완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면서 “하지만 북미관계 등 외적 변수에 여전히 취약한 게 현실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신뢰 구축이 군사분야 등으로 더욱 폭넓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따른 신뢰 구축이 있었기에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혼란이 거의 없었던 것”이라면서 “크고 작은 부침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큰 틀에서 발전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