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6돌 남북관계 어디까지 왔나

“흡수의 대상이고 타도의 대상이었던 남과 북은 그 때(2000년 6월 15일)부터 주먹을 펴고 서로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6년을 돌아보면서 한 말이다.

2000년 6월 13일부터 사흘 간에 걸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나온 5개항의 남북공동선언은 남북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남북 당국 간 대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경제는 물론 정치군사 분야로 확대되고 다양한 분야에 걸친 민간 교류가 이어지는가 하면 이산가족 문제에 이어 이제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도 비공식적으로 거론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당국 사이의 대화는 6.15선언 다음 달에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대화체로 발족한 장관급회담이 차수를 거듭하면서 지난 4월말까지 18차례나 이뤄졌고 경제 분야의 중심회담인 경제협력추진위원회도 6월 초까지 12차례 진행됐다.

실제 분단 이후 당국 차원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1년 8월 이후 6.15선언 전까지 29년 간에 걸쳐 남북 간 대화가 모두 359회, 연 평균 12회 가량이었지만 6.15 이후에는 169회로 연 평균 28회가 넘는다.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아직까지는 경협 분야의 진전이 두드러진 상태다.

남북 교역액은 1989년 1천872만달러로 시작해 1999년에는 3억3천여만달러였으나 2000년부터는 4억달러선을 넘어서 2002년 6억4천여만달러, 2003년 7억2천여만달러 등에 이어 작년에는 처음으로 1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올 들어서도 1∼4월에 3천275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남한은 중국에 이어 북한의 두번째 교역국의 자리를 다진 상태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연결 등 3대 경협에서도 성과가 적지 않았다.

1998년 말부터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우여곡절 때문에 6.15 선언 이후인 2001년에 오히려 관광객이 5만7천여명까지 급감했지만 2003년 9월부터 육로관광이 본격화되면서 누계로 100만명을 돌파한 작년 한 해에는 30만명을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금강산에 모습을 드러낸 18홀 규모의 국제적인 골프장은 남북경협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시범공단이 돌아가고 있는 개성공단에는 7천명에 가까운 북측 근로자가 우리측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1단계 100만평 분양도 연내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6.15 선언 직후 시작된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가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통해 있지만 철도의 경우 지난 5월 25일 시험운행을 앞두고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대북 원자재 제공사업과 연계돼 있는 상황이다.

3대 경협을 추진하는 동시에 남북 경협은 지난 해부터 경공업과 지하자원, 임업, 농업, 수산업 분야로 논의의 폭을 넓히면서 다기화하고 있으며 그 양상도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일방향 경협보다는 서로 주고 받는 쌍방향 경협이 시도되고 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차관도 2000년 10월 이후 2005년까지 5차례에 걸쳐 220만t을 제공했고 식량난 완화를 위한 대북 비료 지원도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경협이나 사회문화 교류에 비해 정치군사 분야의 진전은 더딘 편이다.

2002년 6월에는 서해교전이 발생했고 2004년 7월부터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과 탈북자 대량 입국 문제로 1년 가까이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일도 있었다.

특히 군사 쪽에서는 2004년 두 번의 장성급회담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 핫라인’을 가동하고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물을 치웠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열차 시험운행이 갑자기 무산되는 과정에 북측 군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알려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서해상 공동어로 등 주요 경협 현안이 군사적 보장조치에 걸려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장성급회담은 물론 2000년에 이어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열기 위해 애쓰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아울러 남북 당국 사이의 군사적 신뢰 구축이나 합의사항 이행 노력과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핵심 안보현안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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