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지는 해, 뜨는 해’

“제2의 6.15시대는 2세대가 만든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손을 맞잡는 장면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하지만 벌써 6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어서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작년 평양에서 열린 6.15 5주년 행사와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부 장관의 6.17면담 이후에는 ’제2의 6.15시대’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시대의 변화는 시대를 만들어가는 주역들의 얼굴의 교체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실례는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회담체인 장관급회담의 남북 양측 수석대표는 50대의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이 장관은 1958년생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맡아오다 통일부 수장으로 자리를 옮겨 남북관계를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있으며 1959년생인 권 내각책임참사는 정상회담 비밀예비회담과 준비접촉, 정상회담 등에 참여했지만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14차 장관급회담에서 단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외에도 남쪽에서는 정상회담 때 실무진으로 막후에서 준비작업을 도왔던 이관세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김천식 남북경제협력국장, 천해성 남북회담사무국 회담운영부장 등이 각종 회담에 참가하면서 남북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북쪽에서도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등 비교적 ’젊은 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고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과거 정상회담을 일궈낸 주역들의 퇴장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정상회담 당시 국정원장으로 밀사방문을 통해 회담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대북송금 특검수사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사면.복권됐지만 도청사건으로 또다시 재판장에 서는 운명을 맡고 있다.

임 전 장관의 단짝 파트너로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김용순 북한 당 중앙위 비서는 남북화해시대의 문을 열기는 했지만 화통한 성격과 두주불사의 술버릇은 2003년 10월26일 교통사고로 이어지면서 불귀의 몸이 되고 말았다.

남북관계가 우여곡절을 겪을 때마다 일각에서는 임동원 전 장관과 김용순 비서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이미 무대를 떠났다.

또 남쪽에서 비밀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자금 문제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미 지나간 일로 여겨졌던 대북송금사건 등과 관련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대북송금으로 정상회담의 환경을 만들었던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그룹 회장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북쪽에서 비밀협상에 참석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송호경 전 아태평화위 부위원장도 2004년 9월 유명을 달리했고 준비접촉의 북측 단장을 맡았던 김령성 전 장관급회담 단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남북 양측 라인의 세대교체는 정상회담을 통해 쌓은 남북 양측의 신뢰가 점차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제2차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남북간 더욱 공고한 신뢰쌓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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