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축전 폐막…北, ‘反한나라’ 세력 결집 본격화

▲민족단합대회가 결렬된 15일 행사 참가자들이 인민문화궁전 로비에서 단합대회를 속개할 것을 항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4일부터 나흘간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통일대축전’은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북측의 돌출행동으로 남-북, 남-남 갈등만을 야기한 채 행사는 막을 내렸다.

행사 첫날인 14일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이에 대해 북측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남측 취재진의 방송 송출까지 방해했다.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측은 “사전에 협의한 바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행사 이튿날 15일에도 북측의 돌출 행동은 이어 졌다. 북측은 이날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의 주석단(귀빈석) 입장을 막은데 이어 남측 취재단의 차량 제공까지 거부했다. 이에 따라 행사는 파행을 겪었고 평양의 공동취재단과 남측 기자들 사이에 10시간 가까이 취재 내용이 전달되지 못했다.

북측이 사전 협의 없이 박 의원의 주석단 입장을 막은 것에 대해 공동취재단이 남측에 취재 내용을 송출하려 하자 북측이 일방적으로 취재단에게 차량 제공을 거부한 것.

이에 따라 남측은 실무접촉에서 “특정정당을 배제하고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북측이 이를 받아드리지 않아 둘째 날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김정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공동대표는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한 데 대해 북측의 해명을 들어야 한다”며 북측의 태도를 지적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도 “북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북측이 구미에 맞는 사람들하고만 일을 하겠다면 과거 시대처럼 남측의 민간 통일 운동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한나라당 박 의원은 “북측은 한나라당에 대해 선택적 배제를 하고 있으며 흑색비방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는 북측의 전략이기 때문에 호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16일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일”이라며 “북한이 그들이 원하는 정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들이 원하는 정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현해왔다”며 “박 의원을 주석단에 앉힐 수 없다고 한 것은 기가 찰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날인 16일에도 행사를 개최하지 못하고 남북은 전날 박 의원 참여 문제로 열리지 못했던 ‘민족단합대회’ 개최 여부만을 놓고 협의했다.

협의 과정에서 북측은 주석단에 남북, 해외 공동위원장 4명과 연설자, 사회자 등 11명을 앉히자고 제안했고 남측은 이 안을 받아들여 17일 오전에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이 배제된 대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불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17일 본 행사인 민족단합대회를 열렸다. 남북, 해외 대표단은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단합대회에서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에 기초해 민족적 단합을 적극 실천해 나간다”는 내용을 담은 ‘민족대단합선언’을 채택했다.

남측 대표단은 선언문 발표에 앞서 이번 행사기간 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석단 참석문제로 대회가 파행을 거듭해 걱정과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단합대회가 열려 완전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통일과 민족대단합을 위한 축전’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이미 퇴색됐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따라서 향후 8∙15공동행사뿐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남북공동행사에서 남측 취재진에 대한 의도적인 취재제한 등 북한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잦은 파행을 겪은 바 있다”면서 “북한의 돌출 행동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북측의 약속을 받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