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축전 파행 사태에 남북 민간관계도 악화

17일 평양에서 폐막한 6.15축전이 행사 주석단의 좌석 배치 문제로 파행을 겪음으로써, 대북 쌀차관 제공 유보 문제로 당국 관계가 냉각된 데 이어 민간부문에서도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6.15 축전이 열릴 때만 해도 남.북 대표단은 민간부문이 당국의 몫까지 포함해 남북간 교류.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으나, 한나라당 의원에 주석단 좌석을 불허하는 북한의 돌연한 조치로 인해 6.15축전에선 이례적인 파행을 겪으면서 민족화합이라는 이 행사의 취지가 크게 퇴색하게 됐다.

◇파장 = 이에 따라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8.15통일대축전 등 앞으로의 민간 교류행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남북관계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남한 내부에도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 또는 진보 진영 내부의 갈등도 예상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파행 사태와 관련, “일부 행사의 차질에도 불구하고 자체 행사를 예정대로 마친 것은 평가할 만 하지만 북측이 특정정당을 배제하려 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남측 6.15공동위원회 관계자는 “남측 조직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남쪽에 내려가면 여러 불만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남측 공동취재단이 평양에서 전했다.

백낙청 상임대표는 16일밤 절충안이 타결된 후 “합의안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내부에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특정세력을 배제하는 것은 안된다는 원칙을 강조한 종단측 어른들이 어떻게든 민족단합대회를 성사시키라고 권유해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민하 6.15남측위 고문은 “6.15남측위는 공동대표제인데, 백 상임대표가 다른 공동대표나 고문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집행부와만 상의해” 행사 일정을 결정했다고 말함으로써 앞으로 대표단의 귀환후 진통을 예고했다.

다만, 남북관계가 이미 침체된 상태인 데다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2.13합의 이행 의지를 천명한 상황이어서 6.15 축전의 파행이 남북관계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남북관계가 워낙 침체된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로 인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나라당 길들이기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남북관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 = 북한이 ‘돌연’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의 주석단 착석을 거부한 것에 대해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6.15의 정신을 반대하고 공동선언의 이행에 제동을 거는 한나라당이 6.15를 기념하는 행사의 주석단을 차지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6.15행사 참가는 “통일을 지향하는 한 개인으로서의 결단과 행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단체의 대표성을 지니는 주석단 자리는 내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5년 6.15 축전에선 같은 당 소속인 원희룡 의원이 주석단에 앉았었고, 이번 축전에서도 개막식에선 박 의원이 주석단에 앉았었지 않느냐는 남측의 반박에 북측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민족단합대회장에 박계동 의원의 명패를 올려놓고 북측 안경호 위원장도 남.북.해외측 공동주석단과 함께 입장하는 상황에서 행사 진행요원이 갑자기 행렬을 되돌려 세운 점을 들어 단순 실수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남한의 대선과 관련, 연초 신년사설부터 일관되게 반 한나라당 연합전선 구축을 주창해온 입장에서 한나라당을 주석단에 세우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와 돌발적으로 행사를 중단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측이 남측과의 이틀에 걸친 협상에서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에 세울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견지한 것은 이번 파행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사전 준비된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남성욱 교수는 “이번 파행사태는 남한 내부에 반 한나라당 분위기를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참가자를 초청해 놓고 행사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반대 세력을 공격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말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행사파행 초래는 이해할 수 없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는 대선과 연관된 것으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우려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위 = 남북공동행사는 2001년 8.15행사때 3대헌장기념탑 행사 참가와 만경대 서명으로 파문이 인 적이 있지만 6.15행사가 파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축전은 첫날부터 ‘삐걱’ 했다.

환영 만찬에서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 의장인 정세현 전 통일장관이 건배사에서 남북간 평화 논의가 필요하다며 “2차 남북정상회담이 빨리 열려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북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북측 관계자는 이어 남측 공동취재단에 대해 정상회담을 언급한 화면을 보내지 말기를 주문한 데 이어 취재단이 행사 화면을 위성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해당 부분이 나오자 송출 장비에 손을 대 송출을 방해했다.

북측은 민족단합대회의 15일 개최가 무산된 날도 남측 취재단에 취재 차량을 제공하지 않아 7시간여 동안 기사 송고 및 위성방송 송출을 하지 못하게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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