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지난 2000년 정상회담에서 6·15공동선언에 합의한 지 17주년을 맞은 가운데, 정부는 15일 “남북이 함께 6·15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해 나감으로써 17년 전 남북 정상의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 정신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6·15선언에 담긴 남북 화해협력의 정신은 현재의 엄중한 남북관계 상황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6·15선언은) 분단 이후 첫 남북 정상 간 합의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와 교류를 시작하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추진함으로써 남북 화해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6·15공동선언은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측 연합제와 북측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조속 해결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교류·협력 활성화 ▲당국 간 대화 개최 등 5개 항으로 구성됐다.
6·15선언은 당시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와 맞물리며 몇 년간 남북 간 교류 및 협력을 촉진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남한에 대북 강경기조를 띈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도 점차 냉각기에 접어들었고,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제재와 압박기조로 전환됐다.
이후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일으키자, 우리 정부도 5·24조치 시행으로 대응하면서 남북교역과 인적·물적 교류가 사실상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제재에도 불구, 북한이 지난해 4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정부는 남북교류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까지 전면 폐쇄하면서 남북관계를 이어온 마지막 연결선까지 끊어지게 됐다.
이처럼 남북 간 긴장 구도가 9년 여간 계속되던 찰나, 햇볕정책 계승의 뜻을 밝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의 전환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 새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제재 틀 내에서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해갈 것’이라 밝히며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잇달아 승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작 민간교류를 계기로 한 방북 및 공동행사 개최를 연이어 거부하면서, 민간교류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보겠다던 새 정부의 구상에도 다소 차질이 빚어진 모습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남북관계 복원에 각종 ‘전제’를 제시하면서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에 있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6·15선언 발표 17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를 겨냥해 남북관계 복원에 앞서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우리 측의 남북관계 복원 손짓에 북한이 쉽게 응답하지 않으면서, 6·15선언 발표 17주년인 올해도 남북 공동행사 추진은 물 건너가게 됐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정부로부터 대북 접촉 승인을 받은 후 남북 공동행사 추진을 위해 북측과 접촉해왔으나, 북측이 초청장은 물론 이렇다 할 답변조차 보내지 않아 끝내 무산된 바 있다.
다만 남측위는 예년처럼 올해도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남측위는 15일 당일 오전에는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6·15 공동선언 발표 17주년 기념식을 개최했고, 오후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특설무대에서 6·15 공동선언 발표 17주년 기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 밖에도 6·15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행사위원회가 같은 날 오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학술회의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63빌딩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