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친북세력 날개달아 南南갈등 폭발

▲ 2005년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한 남측 민간대표단 백낙청 단장 ⓒ연합

올해로 7주년을 맞는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한 내에서 소멸 직전에 처했던 친북단체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했다.

좌파 정권의 후원으로 몰락 직전에서 소생한 친북세력은 이후 통일운동을 주도하며 맥아더 동상 철거 시도가 상징하듯 남남갈등을 통해 한국 사회를 분열시켰다.

전국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재야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친북·반미운동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동계와 시민운동 단체들을 흡수하며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과 한총련 대표자들이 버젓이 북한을 방문할 정도로 세상은 바뀌었다.

◆ 6·15 행사…친북단체 세 불리기 이용=사회 곳곳에 포진해있던 친북 성향의 단체들은 ‘6·15 공동선언 이행’을 내세워 세를 확대했다. 이들은 2001년부터 매년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남·북 공동행사를 개최하며 여타의 좌파 대중단체를 결집시켰다.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 몰락과 남한의 민주화 진전, 북한의 대규모 식량난 및 열악한 생활과 인권 현실이 폭로되면서 남한 내에서 김정일을 추종해왔던 친북세력은 그 위세가 크게 축소됐다. 시민사회단체나 노동단체, 여성·환경 단체들도 이들의 지나친 친북성을 문제삼아 적극적 연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 화해협력 운동이 좌파 운동의 주요 활동 내용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주도한 인사나 단체들의 활동력도 크게 배가됐다. 민노당에서 친북 NL계열이 지도부를 장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바로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다.

대표적 행사로는 2001년 6·15선언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 2002년의 6·15공동선언 발표 2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 2004년 6·15남북공동선언 4주년 기념 우리민족대회, 2005년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 2006년 6·15남북공동선언 6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을 들 수 있다.

2003년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싸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됐다. 노동자ㆍ농민ㆍ문화예술인ㆍ청년ㆍ여성ㆍ교육자 등 각 부문별 행사와 8ㆍ15 기념식까지 포함하면 지난 6년간 개최된 남북공동행사 규모는 더욱 방대해진다.

남·북 공동개최 행사 비용은 대부분 국가의 지원으로 충당되고 있다. 남·북한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김영삼 정부 때 6098억원, 김대중 정부 당시 2조 2014억원, 노무현 정부에서는 3조 7022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중 6·15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 공동행사에는 약 54억 977만원의 예산이 지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전에는 행사를 위한 준비위가 매년 따로 조직되었지만 2005년부터는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 해외 공동 행사준비위원회’(남측위 위원장 백낙청)가 결성돼 ‘민족통일대축전’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로는 남한 내 친북운동의 양대 주축인 ‘통일연대(6·15남북공동선언실현과 한반도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의 한상렬 상임대표 의장, ‘전국연합’의 오종렬 상임의장,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제 의장, 한총련 장송회 의장, 비전향장기수들의 모임인 ‘통일광장’의 권낙기 대표 등이 망라돼 있다.

2005년부터는 남·북한 당국자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평양에서 열린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박병원 재경부 차관 등을 대표로 한 17명의 당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2006년 광주에서 열린 6주년 기념식에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13명의 당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광주를 찾았다. 북한 당국은 오는 14일 평양에서 열리는 7주년 기념식에는 쌀 차관 제공이 지연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남한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2001년부터 5차례 열린 6·15공동선언 기념 남북공동행사는 ‘반미ㆍ반외세ㆍ우리민족끼리’ 등 친북적 선동구호로 얼룩진 북한과 친북세력의 정치선전 무대로 활용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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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

2001년

▲ 6·15남북공동선언 기념 민족통일 대토론회 (금강산)

2002년

▲ 6·15남북공동선언 2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금강산)

2003년

▲ 싸스로 공동행사 중단

2004년

▲ 6·15남북공동선언 4주년 기념 우리민족대회(인천)

2005년

▲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평양)

2006년

▲ 6·15남북공동선언 6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광주)

▲ 2006년 광주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 북측 참가단 ⓒ데일리NK

이때부터 북한의 대남선전은 ‘6·15공동선언 이행’이라는 간판을 앞에 내걸고 ‘주한미군철수’와 ‘민족공조’등의 기조를 노골적으로 선전해 나갔다.

2001년과 2004년 금강산에서 열린 기념행사는 금강산이라는 폐쇄된 장소에서 소수의 친북인사 위주로 진행된 행사라 그 실상이 잘 들어나지 않았지만, 2004년부터는 국민적 관심 속에 남과 북을 오가며 개최된 터라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지는 효과를 낳았다.

◆6·15 행사에 왜 ‘반미’ 구호가?=2001년 금강산에서 열린 민족통일대토론회에 참가한 비전향장기수 권낙기(통일광장 대표)는 “비전향장기수가 합법적으로 (북한에) 갔다온 것은 정말 참 특별한 일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3년 행사에서 채택된 ‘7천만 겨레에게 드리는 호소문’은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배치되게 이 땅에 전쟁의 위험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현 난국을 타개하고 민족의 자주권과 나라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믿음직한 길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드높이고 실천하는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연대 측은 이와 관련 “우리는 한반도 일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미국의 전쟁정책, 대북봉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분쇄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반미투쟁 노선을 명확히 밝혔다.

2005년 행사에서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 연회장에서 북한 전쟁 영웅을 찬양하는 영화인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곡을 불러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6주년 기념행사는 그 위험수위가 도를 넘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주한미군 몰아내고 통일을 이루자’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민주노총ㆍ공무원노조가 공동제작한 ‘북한바로알기’ 자료집에는 선군정치를 북한의 독창적 지도노선으로 찬양하고 있다. 자료집에는 ‘몸과 맘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한없이 부강하는 이 조선 길이 빛내세’라는 가사가 담긴 북한의 ‘국가’가 그대로 실렸다.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북한 교사 7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공동수업을 진행하며, 북한 대남선전의 일부인 ‘우리민족끼리’의 당위성을 학생들에게 주입시켰다.

남파간첩으로 수감됐다가 60년대 전향했던 70대 재야단체 간부가 북측에 충성을 다짐하는 문서를 전달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범민련 소속의 이 간부는 광주 조선대 운동장에서 열린 축하공연 때 공연팸플릿으로 감싼 디스켓을 북측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행사를 참관한 광주 시민들은 “6·15행사에서 왜 ‘반미’와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구호를 외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거부감을 나타냈었다.

이외에도 행사 개막전 북측 민간대표단장인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 서기국장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교류가 파탄날 것”이라는 내정간섭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등 6·15 기념식은 북한 체제 찬양의 경연장이 되었다.

한편, 6·15 관련 행사가 사실상 북한 당국과 남한 내 친북세력의 ‘우리민족끼리’ 선전장으로 변질해가자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본태 서울여대 교수는 11일 “6∙15공동선언이 남쪽을 분열시키려는 전략으로 자주 이용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6∙15 통일세력’, ‘6∙15 지지세력’ 등의 표현을 사용해 찬성하는 세력은 통일세력으로 반대하는 세력은 ‘매국 반통일 세력’으로 규정해 한국 사회를 양분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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