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의 귀국..국적이 필요한 이유

1944년 고향을 떠나 중국 만주에서 살다 61년여 만인 2005년 말 귀국한 할머니에게 대한민국 국적이 굳이 필요할까?

박암순(朴岩順.86) 씨의 고향은 전라북도 부안.

1924년에 태어나 17세에 결혼했고 시댁을 따라 1944년 어느 날 밤낮으로 기차를 타고 낯선 땅 만주로 갔다. 정착한 곳은 지금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이듬해 조국이 해방되자 고향으로 돌아오려 갖은 애를 썼지만 귀국은 쉽지 않았고 수많은 세월이 흘러 시부모도 남편도 모두 세상을 떴다. 그 사이 5남2녀 자식들이 성장해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특히 어릴 적 헤어진 언니와 동생이 너무 보고 싶었다. 한국의 언론사에 수차례나 편지를 보냈으나 가족의 안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아들의 친구가 고향인 울산을 방문하면서 부안까지 직접 찾아가 박 할머니의 오빠와 올케 소식을 가져왔다.

이후부터는 아들이 여러 차례 부안을 방문해 고향 어른들을 만났지만 박 할머니가 애타게 찾는 언니와 동생은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 후 서울과 중국을 오가며 동포 지원 사업을 하는 아들이 한국에 정착했고 박 할머니는 그를 따라 2005년 11월29일 꿈에도 그리던 고국 땅을 다시 밟았다. 고향을 등진 지 61년 만이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 했지만 서류 미비로 차일피일 미루다 신청 시한을 넘겼고 결국 불법체류자가 돼 버렸다.

법무 당국은 일단 중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입국한 뒤 국적 취득을 신청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제 박 할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해 거동마저 어렵다.

아들 조영구(趙永久. 67)씨는 4일 “어머니 건강 상태로 봐 돌아오는 것은 고사하고 중국에 가는 것도 안심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조 씨는 “61년 만에 고향을 찾아온 사람이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