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최대공약수 찾기 돌입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29일로 개막 나흘째를 맞아 각국이 공동문건 도출을 위한 ‘최대공약수’ 모색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작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번 회담은 3박4일에서 마침표를 찍었던 종전 1∼3차 6자회담과는 달리, 참가국들이 주말을 함께 보내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날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벌어지는 핵심 일정은 오전 북미간 네번째 협의에 이어 오후에 열리는 두 번째 수석대표 회의.

이 두가지 일정은 별개가 아니라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

수석대표 회의가 회담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인 만큼 이번 회담의 핵심 당사자인 북미간에 적어도 ‘공동문건에는 이런 제목들이 들어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를 확보하지 않고는 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날인 28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40분간 북미간 3차 양자협의가 진행되면서 당일 잡아놓았던 수석대표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였다.

이 때문에 이날 북미 협의에서는 쟁점을 최대한 좁혀 협상테이블에 올릴 대상을 분명히 하는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고, 수석대표회의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그간의 진도를 평가하고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석대표 회의에서는 우선 각국이 공동문건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더 나아가 각국이 초안까지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이른 바 의장초안을 돌리지 않고 참가국들이 각각의 안을 낸다는 것은 이번 회담이 양자협의 중심으로 밀도 있고 짜임새 있게 진행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개개의 안이 제시된다면 앞으로는 양자 및 다자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는 본격적인 조율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접근방법은 극단에 치우치면서 서로가 받아들이기 힘든 쟁점에 대해서는 가지치기를 한 뒤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라는 ‘바구니’ 안에 들어갈 내용을 조정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회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컨대 일본이 기조연설에서 제기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처럼 이번 회담의 본류에 벗어나거나 상대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 ‘곁가지’인 셈이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어제 북한과 만나면서 어떤 비핵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지 서로 배울 수 있었고 관점을 나눴다”면서 “그러나 컨센서스를 이루지 못해 앞으로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가 쟁점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북미 양자는 전날 협의에서 농축우라늄(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와 관계정상화를 포함한 핵폐기의 조건 등 2∼3가지 쟁점을 놓고 집중적으로 협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북한이 내세운 남북한의 비핵지대화나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인권.미사일문제는 일단 중.장기적 사안으로 미뤄두기로 의견접근을 한 것으로 보이며, 다만 비핵화의 범위와 관련해 북한은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국한하려는 데 반해 미국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이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간 조율 과정에서 주목되는 우리 정부 대표단의 중재 및 메신저 역할이다.

북한 대표단이 미국의 심중을 파악하는 데 우리 대표단을 적극 활용하고 역으로 미국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회담 개막 전부터 지난 24일 남북이 만난 것을 시작으로 25일 한미에 이어 북미 협의, 26일 한미에 이은 북미 협의, 28일 북미에 이어 한미협의 등으로 흘러온 남북미 3자간 연쇄 양자협의 개최는 우리의 ‘주도적 중재’ 역할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울러 의장국인 중국의 중재 역할도 기대해 볼만 하다.

중국이 28일 낮까지 미국, 북한, 일본과 3차례씩, 러시아와 2차례, 한국과 1차례 등 모두 12차례의 양자협의를 가지면서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중재 가능성을 높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처럼 6자가 각각이 초안에 따른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담도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회담 전부터 ‘끝장토론’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뒷 문을 열어두겠다’며 폐막일을 잡지 않았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 만큼 실질적인 진전을 꼭 봐야겠다는 참가국들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우리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결과를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이런 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암나사와 수나사가 맞는 부분은 그대로 기울 수 있는데 맞지 않는 부분은 깎고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본국에 상황을 보고하고 훈령을 받으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강온 양파의 목소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중대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할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각국의 초안이 나오면 이번 주말은 이를 놓고 양자 및 다자 협의를 통해 이견 절충을 시도하고 내주에 접어들어 참가국 공동의 초안 작성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게 회담장 안팎의 관측이다. /베이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