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불참선언, 의도는 무엇?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김정일은 엉뚱한 선물을 한 보따리 선사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무기한 불참할 것이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핵무기를 양산(量産)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 도대체 갑자기 북한이 왜 이러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배경을 살펴보자.

첫째, 궁극적으로 김정일 정권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문제’가 아니라, ‘김정일의 핵문제’이다.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를 이른바 ‘자위수단’으로 선전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김정일 개인의 자위수단’이다. 핵무기를 포기한 이후 김정일이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해나갈 방법은 개혁개방밖에 없다. 그러나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순간 김정일 정권은 무너지게 된다. 김정일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정일은 핵무기를 위협수단으로 삼아 이른바 ‘체제와 제도’를 보장받으려 한다. 따라서 핵무기를 자신의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 2천3백만 주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서 핵무기를 원하는 사람은 오로지 김정일 한 사람밖에 없다.

둘째, ‘6자회담 참가’ 자체를 협상의 의제로 삼아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남한 일본 중국이 경제지원을 듬뿍 해주면 6자회담 참가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제스처인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2003년 미-중-북의 3자회담 개최 전에도 중국이 ‘중재역’을 맡는다는 조건을 수락해주고 경제지원을 얻어낸 바 있다. 회담 참가 자체를 협상의 의제로 삼으려는 행위는 북한의 전통적인 ‘살라미(salami) 전술’(협상의제를 잘라서 순차적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는 협상전술)의 일환이다. 북한은 93-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에도 미국을 상대로 한 ‘살라미 전술’로 큰 이익을 챙긴 바 있다. ‘6자회담 무기한 불참선언’도 이같은 맥락이다.

셋째, 한반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면 남한으로부터 타낼 수 있는 ‘파이’가 커진다는 사실을 김정일은 잘 알고 있다.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조성되면 맨 먼저 남한의 외국자본과 주식시장에 변동이 생긴다. 긴장이 고조되면 될 수록 남한의 외자가 빠져나가고 남한경제는 어렵게 된다. 따라서 ‘평화공존’을 위해 남한이 북한에 ‘갖다 바치는’ 경제지원도 많아진다는 사실을 김정일은 잘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을 경제 살리기 해로 정했다. 김정일은 이를 역이용하여 이른바 ‘남북 평화공존 비용’을 최대치로 높이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김정일 체제의 근본적 전환 없이는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또한 핵문제는 김정일 체제의 존속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핵을 포기하면 김정일 체제의 존속이 어렵고 김정일 체제가 사라지면 핵 또한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따라서 너무도 당연하게 ‘북한의 무조건적 핵폐기’는 강조되어야 한다. 6자회담에 불러들이기 위한 어떠한 대가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이해당사국들이 시큰둥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간장이 탄 쪽은 오히려 김정일이다. 최근의 북한 핵문제로 인한 국내외 정세의 위기가 남한 정부의 입장에서는 약간 불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겠만 조금만 느긋하게 참고 기다리면서 원칙을 강조하면 된다.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연대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The DailyNK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