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북한 평가와 전망

북한은 이번 회담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이 본질상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로 ▲회담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기초를 쌓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정했으며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 재확인을 꼽았다.

회담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기초란 곧 북.미 양자회담의 활성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그토록 원했던 양자협의가 활성화되고 향후 북.미관계정상화도 양자회담을 통해 추진할 수 있게 되는 등 양자협상의 틀을 확실히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내용면에서도 북한은 이른바 ‘북핵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 의제로 삼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또 북한은 3차 6자회담에서 합의했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미국의 선핵포기 요구를 확실히 차단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킨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폐기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건인 미국의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인식 아래 미국의 핵폐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계관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 핵무기 개발 열의를 없애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북한에 대한 체제 위협을 없애고 북한을 치지 않겠다는 공약과 함께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데서 북한의 경계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이 일부 나라에 허용하고 있는 평화적 핵활동을 자신들에 대해서만 반대하는 것도 미국의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은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적대정책이 여전한 현실에서 핵무기는 물론 평화적 핵활동까지 완전히 포기할 경우 무장해제와 에너지 주권까지 모두 잃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특히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에 대해 여전히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단계적으로 맨 마지막에나 이뤄질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약속만을 믿고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핵을 폐기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매우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1993년 1차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10여년 동안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미 제네바 기본합의문(1994.10), 조.미공동코뮈니케(2002.10) 등을 수차례 채택했지만 이미 물거품이 된 것을 경험했다.

특히 아무런 장치도 없이 먼저 핵폐기를 했다가 미국이 차후 인권과 미사일 문제 등을 내세우면서 관계정상화를 질질 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휴회기간 남.북, 북.중, 북.미 접촉 등을 통해 미국의 좀 더 확실한 입장과 양보를 이끌어내는 한편 타협점을 찾기 위한 방안을 나름대로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계관 부상도 휴회기간 양자접촉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이) 정치적 의지와 함께 정책을 바꿀 의지도 있어야 한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가 다음 회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즉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확실하게 포기하고 핵폐기와 관계정상화를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맞바꿔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은 오랜 장기전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김 부상이 이날 미국과 남한도 핵무기 폐기를 같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지난달 29일 기조연설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핵포기를 결심하는 첫 단계부터 완전한 핵폐기에 이르는 매 단계, 전 과정을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의 매 단계와 맞물려 이뤄져야만 안심하고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미간의 비대칭면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더이상 현재의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북한도 자신들의 요구를 더이상 관철시킬 가망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판이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