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시료채취’ 조율…문서화 난항 예상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10일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담을 속개, 북핵 검증의정서 채택을 시도한다.

의장국 중국은 전날 이틀째 회의에서 의정서 초안을 제시했고 각국의 의견을 수렴해 이날 수정안을 제출, 합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들이 중국의 수정안에 동의할 경우 이번 회담은 이날 폐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료채취’를 제외한 검증 주체와 대상 등의 쟁점에 대한 이견이 첨예할 경우 회기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내년 3월까지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완료한다는 데도 북한을 포함한 참가국 전체가 동의했다”면서도 회담 전망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이 전날 제시한 의정서 초안은 검증의 주체와 대상, 방법, 시기 등이 담겨있으며 지난 7월 6자회담 합의문과 10월 평양 북미합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들은 전날 회담 개최 전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료채취 명문화’ 문제와 관련, 중국이 제안한 ‘시료채취를 내용적으로 보장하는 표현’에 사실상 합의했다.

회담 소식통은 9일 이틀째 회의가 끝난 뒤 “시료채취와 관련된 의정서 초안의 내용은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참가국 모두 크게 쟁점으로 삼지 않고 있다. (시료채취는)문구 자체보다는 의미가 들어가면 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의정서 초안에 과학적 절차와 시료채취 등 미국의 요구가 반영돼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해도 무방하다(It’s fair to say yes)”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의정서 초안에는 검증방법과 관련, ‘과학적 절차를 포함한 국제적 검증기준을 적용한다’는 식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별도의 비공개 문서에 시료채취 관련 사항을 보다 명확히 적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미·일의 ‘시료채취 명문화’ 주장에 북한은 북핵 3단계 폐기 협상에서 논의할 대상이라며 강하게 반발, 난항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미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회담이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미·북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하게 된 동인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8년여 간의 임기동안 뚜렷한 외교적 성과가 없는 부시 행정부는 어떤 식으로든지 북핵 불능화를 마무리 짓고 싶었을 것이고, 북한으로서는 불능화에 따른 경제·에너지 지원과 차기 오바마 행정부와의 협상을 고려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북핵 전문가는 ‘시료채취’를 분명히 명문화하지 않고 ‘과학적 절차를 포함한 국제적 검증기준을 적용한다’는 식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차후 해석차와 검증 과정에서 이견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료채취’는 검증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후 샘플을 북한에서 분석하느냐 미국에서 분석하느냐, 또 ‘과학적 방법’이라는 문구도 북한의 해석과 다른 참가국들의 해석과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IAEA의 활동 수준과 미신고시설의 사찰 범위 쟁점

‘시료채취’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검증의 주체와 대상 등 다른 쟁점에 대한 의견차이가 커 ‘최종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회담 소식통은 “검증 주체에 있어 현안은 역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을 어떻게 담느냐이고, 대상에서는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 등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검증의 주체와 대상 등 다른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과정에서 수행할 역할 규정과 검증 대상 가운데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 미국과 러시아 등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강화를 위해 북한의 향후 NPT 복귀문제를 언급하는 문구를 삽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국과 미국, 러시아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자는 지난 7월 수석대표회담에서 ‘IAEA가 관련 검증에 대해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합의했지만 당시 북핵 전문가들은 문구의 모호성을 들어 보다 IAEA의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회담 소식통도 “검증 전문가 집단인 IAEA의 역할이 커져야 보다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국제적 기준에 따라 검증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90년대 초 북핵 1차위기 당시 IAEA와 특별사찰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은 바 있어 IAEA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신고시설에 대한 절충도 불투명하다. 지난 10월 미·북 평양협의 결과에서는 ‘신고되지 않은 시설에 대해서는 상호 동의에 의해 접근한다’고 돼있다. 이는 북한의 동의 없이는 미신고시설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검증이 북한의 신고서 내용에 한정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한·일 등은 미신고시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검증단계에서 IAEA의 활동을 어디까지 수용하고 미신고시설의 사찰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과거 전례를 비춰볼 때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많은 양보가 전제된다면 ‘합의문’은 나올 수 있겠지만 실제 적절한 검증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인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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