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수석회담, 핵폐기 진입 중대기로

오는 10일 개막되는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은 20년 가까이 끌어온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의 궁극적인 목표인 핵폐기로 넘어갈 수 있을 지를 가늠하는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이 진통 끝에 이뤄지면서 9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신고내용을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발효되는 8월11일 이전에 검증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해제 조치가 무효화될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어 이번 회담의 분위기는 향후 6자회담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8일 “북한이 검증체계 구축에 적극 협력한다면 6자회담은 핵폐기 단계로 넘어가는 동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반대라면 어렵게 조성된 긍정적인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불능화에 비해 경제.에너지 지원 속도가 더디다며 다음 단계 논의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회담장에서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주목된다.

이 소식통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 이번에도 결국은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라며 “북한이 미국과의 핵 신고 협의 과정에서 밝혔듯이 검증에 적극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베이징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궁극적인 핵포기를 위한 중요한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도록 각국과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증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검증 주체에서부터 방법, 일정, 비용 분담 등에 대해 두루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두 차례의 3국 수석대표 회동 등을 통해 검증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을 교환했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의중은 안갯속이다.

우선 검증 주체와 관련, 한.미.일 등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불능화와 달리 검증은 비핵화 실무그룹 산하에 별도 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에 한.미.일.중.러 등 5자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핵 기술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핵시설 및 핵물질의 검증에는 핵보유국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한국과 일본 등이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참여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등은 검증의 전문성과 효율성 등을 따져볼 때 IAEA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북한은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위기 당시 특별사찰 문제 등을 놓고 IAEA와 대립했던 터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검증 방법과 관련, 한.미 등은 플루토늄의 철저한 검증을 위해 사전 예고없는 현장접근과 샘플채취, 북한 과학자와의 면담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북한 군부의 협조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여 원만한 협의를 예상하기 힘들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한 검증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간접시인’ 방식으로 일부 인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실체는 부인하고 있어 검증에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UEP와 핵협력 의혹은 과거 검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래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할 6자 외무장관회담 개최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검증체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등 분위기가 좋다면 6자 외무장관회담 개최에도 각국이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구체적인 날짜는 아니더라도 대략의 시기는 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등은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6개국 외교장관이 모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6자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자는 또 3단계 핵폐기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으로 보이지만 심도있게 협의하기 보다는 핵폐기에 대한 관련국들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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