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수석회담서 `시료채취’ 합의될까

베이징에서 8일 개막하는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의 최대 의제는 시료채취를 명문화한 검증의정서를 채택하는 문제다.

한.미.일 등은 검증의 핵심인 시료채취를 가능하게 하는 문구가 검증의정서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시료채취는 추후 핵포기 협상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비핵화 2단계(불능화 및 대북 중유지원)와 3단계(핵포기)를 잇는 연결고리 성격의 회담으로 아주 중요하다”면서도 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4∼5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를 담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부상은 지난 10월 1∼3일 평양에서 열린 힐 차관보와의 회동에서 시료채취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6자회담 문서에 담는 것은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보다 분명한 입장은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드러난다.

조선신보는 전날 “현 단계에서 핵신고서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취하게 될 검증조치만 문구로 합의했을 뿐 시료채취는 상정되지 않았다”면서 “무력화(불능화)단계에서 적용되지 않는 검증방법을 실시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결국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시료채취는 핵포기 단계에서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한 진전이 있을 때 논의돼야 할 사안으로 이번 회담에서 채택될 검증의정서에 담을 수 없다는 주장이라는 분석이다.

회담 소식통은 “검증의정서는 검증의 원칙을 담는 것으로, 불능화 단계에서의 검증방법과 핵포기단계에서의 검증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에 채택될 검증의정서에서 시료채취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절충안으로 ▲시료채취를 명문화하지는 않되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다른 표현에 합의하는 방안 ▲북한이 시료채취 명문화를 수용하고 문서형식은 비공개로 하는 방안 ▲검증단계를 세분화해 각 단계별 이행의정서를 따로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이 미 부시행정부가 임기를 한달여 남겨놓고 열린다는 점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외교적 성과가 아쉬운 부시행정부는 물론이고 북한도 오바마 행정부가 결코 검증에 대해 만만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부시행정부를 상대로 최대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힐 차관보가 이날 저녁 숙소인 베이징 차이나월드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료채취가 관심사인 것은 알지만 시료채취는 검증의정서의 한 부분”이라며 시료채취에 대한 언론의 주목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모종의 양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는 또 비핵화 2단계(핵시설 불능화 및 대북 중유지원)의 완료시점도 재조정해야 한다.

6자는 지난 7월 회담에서 10월까지 2단계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검증방안에 대한 북.미 간 이견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김 숙 본부장은 지난 3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수석대표회동 뒤 “가급적 내년 1분기 내에 비핵화 2단계를 매듭짓고 3단계(핵포기)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2단계 마무리를 위해서는 일본이 납치문제 미해결을 이유로 동참하지 않고 있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대신할 나라도 찾아야 한다.

회담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는 `국제모금을 통해 중유 20만t에 해당하는 일본 몫을 대신할 나라를 찾으며 이로 인해 6자회담의 변형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원칙에만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현재 호주, 뉴질랜드 등이 일본을 대신해 중유를 지원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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