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분주한 움직임 속 비관론 `모락’

“시간이 갈수록 협상의 동력이 떨어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6일 북핵 6자회담이 내면적으로 ‘고비’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경고음은 중국이 조만간 6자회담 수석대표회동을 재개하고 북한과 일본이 이른바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현안을 논의할 양자회담을 갖게되며 경제.에너지 실무협의를 위한 남북간 협의(5일)와 6자 실무그룹회의(10-11일)가 열리는 등 북핵 프로세스가 분주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이목을 끈다.

특히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싱가포르 합의’를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을 ‘간접시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대신 플루토늄 부분에 대한 핵 폐기에 집중하기로 했으나 미국내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합의 이행이 무산될 위기감도 느껴진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 분주한 북핵 외교가 = 일본은 7~8일 중국에서 북한과 비공식 양자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이 6일 밝혔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북.일 양측간 협의가 통상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온 점을 감안하면 고무라 외상이 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뭔가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달 말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베이징에서 만났을 때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있어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사안을 다루기 위해 북.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된 북.일 간 협의를 통해 북한은 1970년도 요도호 납치에 가담한 적군파 요원 3명의 ‘추방형식의 일본 인계’ 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에 관한 추가적 사항에 대해 일본과 깊은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측은 이른바 자국인 납치문제에서 진전을 보기 위해 일본의 수사당국자들이 포함된 조사단의 입북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의장을 맡고 있는 6자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5일 판문점에서 경제.에너지 지원을 위한 남북한간 협의가 진행된데 이어 5자 공여국회의(한.미.일.중.러)가 10일 서울에서, 6자회담 경제.에너지실무그룹 수석대표 회의가 11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각각 개최된다.

북한은 5일 협의에서 자신들이 지원받을 발전 설비자재의 종류와 지원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남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5자 공여국회의에서 북측의 요청사항을 검토하는 한편 경제.에너지 지원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북한은 특히 지난달말 베이징 남북 협의에 적극 임하는 등 6자 차원에서는 남측과 활발한 의견협의를 하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한 당국자는 “당초 지난달말 베이징에서 성사된 남북 6자 수석대표간 회동(김숙-김계관)은 우리측이 사전에 북측에 연락했고 북한측이 수용해 성사된 것”이라면서도 “김계관 부상이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기 위해 상당기간 베이징 체류를 연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의 핵신고 마무리 협의와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6자회담 재개(이달 3째주 전후) 등 연이은 6자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비관적 기운도 확산 = 하지만 상황이 꼬이는 징후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놓고 아직도 확고한 방향성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일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북한도 결국 핵신고를 미국의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을 면담한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원장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신고가 지금 이뤄지고 6자회담 등이 내일 열린다 가정하더라도 미국이 이에 상응해 취해야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나 적성국 교역법 해제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플레이크 원장은 그 이유로 미 국내사정을 꼽은 뒤 “현재 북핵 협상을 바라보는 미 의회와 보수파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데다 미국내 정치 일정이 대선정국과 맞물려 있는 점이 바로 요즘 미국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국내 사정’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 차관보가 북한과 협상을 하면서 핵신고에 담아야할 요구 수준을 너무 낮췄고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해 논란이 많다는 점은 핵신고가 이뤄지더라도 미국이 취할 다음 단계 조치들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도 “핵신고 지연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책임이 크지만 부시 행정부의 ‘우유부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닉시 박사는 핵 신고의 검증문제만 해도 당초 부시 행정부는 검증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검증 완료전이라도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단행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최근 들어 확고한 ‘검증방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입장이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6월중 북핵 신고가 마무리되고 북한의 테러해제 등 미국의 상응행동이 취해지지 않으면 미국내 정치 일정상 북핵 과정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북한도 부시 행정부의 우유부단에 실망해 결국 협상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북핵 협상은 차기 미 정부로 이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여기에 부시 행정부 1기 때 대북 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 뒤 북한이 비핵화 3단계에 가서도 핵무기 등을 폐기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거나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할 것이라는 등 미국내 부정적 여론확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프리처드 소장이 최근 전한 북한의 입장은 부시 행정부가 밝히고 있는 대북 협상 내용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특히 힐 차관보 등 협상파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이미 지난 5일 진행된 남북간 협의에서 비핵화에 따라 제공받기로 돼 있는 경제.에너지 지원의 속도가 더딘데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의에 나온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지원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의 ‘핵신고와 테러지원국 해제’ 협의에서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에너지 지원의 지연을 빌미로 협상을 위협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조만간 열릴 북.미 간 전문가협의에서 양측이 신속하고도 내용성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느냐가 시간에 쫓기는 6자회담의 전망을 좌우할 핵심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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