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대북 에너지·설비지원 어디까지 왔나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와 그에 상응하는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5개국의 에너지.설비 지원 등 6자회담 비핵화 2단계 조치에서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해야할 일 중 어느 쪽의 진도가 빠를까.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6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 증언을 통해 `북한 핵신고에 여전히 별 진전이 없지만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지원 2차분은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가시적 상황만 평가할 경우 정답은 전자다. 물론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핵신고 문제를 논외로 칠 경우다.

북핵 2.13 합의 및 10.3합의에 따라 북한이 해야할 비핵화 2단계 조치인 신고.불능화는 중유 95만t 상당의 대북 에너지.설비 지원과 미국이 이행할 정치적 상응 조치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과 맞물려 있다.

이 중 에너지.설비 지원의 경우 한.미.중.러 등 4개국은 중유 45만t과 `중유 50만t 상당의 발전소 개보수 설비’로 나눠 제공키로 했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 진전과 대북 지원을 연계해 지원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9일 현재 북한은 신고 내용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속에 신고서를 내지 않았지만 불능화 조치는 70% 이상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반면 나머지 5개국의 상응조치 진도는 그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게 객관적평가다.

현재까지 북을 제외한 5개국이 이행한 신고.불능화 관련 상응조치는 중국.미국.러시아가 나눠 공급한 중유 14만6천t에 한국이 공급한 철강재 5천10t(약 40여억원) 등으로 전체(중유 95만t 상당)의 약 16%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난 해 7~8월 북한의 핵시설 가동중단에 맞춰 가장 먼저 중유 5만t을 공급했지만 이는 신고.불능화 이전인 초기단계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봐야 한다. 한국이 제공한 중유까지 포함하더라도 대북 상응조치 진척도는 20% 선에 불과하다.

대북 중유 및 설비제공의 진척이 늦은 것은 북한의 중유 저장 시설이 월 5만t에 불과하다는 기술적 한계 뿐만 아니라 관련 예산을 따내 중유를 구입한 뒤 배송하는 등의 각국별 내부적 절차가 조금씩 늦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에 매달 중유 5만t씩을 제공한다는 당초 계획이 예정대로 이행됐다면 작년 7월~올 1월 총 중유 35만t이 북한에 보내졌어야 했지만 한국이 작년 7~8월 5만t, 중국이 9월 5만t, 미국이 10~11월에 걸쳐 4만6천t, 러시아가 올 1월 5만t을 각각 제공하는 등 총 19만6천t만 제공됐다.

설비지원 또한 더디긴 마찬가지다. 북한의 수요 품목을 파악하고 북한이 원하는 품목이 수출통제 규정에 걸리지 않는지 등을 분석한 뒤 참가국들 간에 몫을 나누기 위해서만도 여러차례 회의를 해야 했고 각국 내부 절차도 간단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지난 해 12월 한국이 철강재 5천10t을 보낸 것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이행된 대북 설비지원이었다.

북한은 당초 자국의 중유 저장능력 등을 감안, 중유 및 설비 제공이 비핵화 이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크게 문제삼지 않겠다던 입장이었지만 신고와 관련한 교착 상황이 길어지면서 중유와 설비를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2월 중 제5차분 중유를 제공하기로 한 가운데 대북 중유 및 설비지원은 물리적으로 올 7월 전후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때문에 2008년 내 북한 비핵화 및 북미관계 정상화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한 6자회담의 동력을 유지하려면 늦어도 7월까지는 신고.불능화 돌파는 물론 비핵화의 최종 단계 로드맵 작성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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