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2월 개최도 물건너가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간 신경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재의 교착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 핵 신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주도가 돼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각국을 접촉해봤는데 당분간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핵문제가 답보상태를 보이는데, 2월 이후 변화의 조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6자회담을 포함해) 전체상황이 현재 늦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해 외교소식통들은 “여러 정황을 감안한 냉정한 평가”라는 반응이 주류다. 한국은 그동안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 북한이 ’완전하고 충분한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조기에 6자 수석대표회담을 열기로 하고 미국 등과 긴밀한 협의를 해왔다.

하지만 핵 프로그램 신고의 현안인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과 관련해 북한이 ’없는 것을 어떻게 있다고 하느냐’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미국도 ’증거에 입각한 UEP 해명’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내 일부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한국의 정권교체로 인한 과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마저 신통한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결국 ‘2월 중순 6자 수석대표회담 개최’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지난해 12월초부터 시작된 연료봉 인출 작업과 관련, 하루 100개 정도의 연료봉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 것과 달리 최근 처리량을 하루 30여개 안팎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각되고 있다.

북한이 이른바 ’핵 불능화 속도 조절’까지 하게 될 경우 당초 2월말께로 예상됐던 연료봉 인출작업 완료 시점이 늦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이 항상 그렇듯 자칫 작은 변수로 인해 전체 협상틀이 와해되는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내 협상파들이 여전히 협상의지를 밝히고 있고 북한도 ’파국을 피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파국을 우려할 때가 아니며 여전히 국면 전환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라이스 장관이 지난 22일 최근 북핵 협상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담당 특사를 강력한 어조로 비난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부시 행정부로서는 중동문제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가급적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거두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런 기조에서 북한의 자세전환을 촉구하고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이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 무엇인지 직접 밝혔고 나는 대통령의 입장을 알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기존 방침이 확고함을 강조한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여기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비핵화에 대한 훼방은 추호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을 비난하며 “문제는 미국에서 그와 같이 세상 물계(물정)는 커녕 앞으로 갈지 뒤로 갈지도 모르는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핵문제의 전진과 조(북)미관계 개선과정에 대해 못마땅해 하면서 판을 깰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나름의 청신호로 읽힌다.

북한이 미국내 협상파를 ’존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짐으로써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나 미국이나 현 시점에서 판을 깰 이유와 명분이 없다”면서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2월중 협상이 재개되거나 극적인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의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리고 장기 교착국면에 대한 국제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2월말이나 3월중에 가서야 새로운 환경조성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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