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1단계 결과와 APEC 정상회의

“진통이 있었지만 끝내 궤도는 유지했다”.

제5차 북핵 6자회담의 1단계 회담이 끝난 11일 오후 베이징 현지 외교소식통은 ’절반의 성과’라는 말로 이번 회담을 총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모멘텀이 지켜진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의 말은 베이징 외교가의 체감온도를 그대로 전달해준다.

그 만큼 북한이 이른 바 ’자산동결’과 마카오 은행의 돈세탁 등 공동성명의 내용을 벗어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다.

특히 APEC 정상회의와는 무관한 북한이 수용하기 힘든 의제를 불쑥 꺼내든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APEC 외교무대를 의식한 행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반격은 일견보면 9.19 공동성명 이후에도 영변에서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미국에 대한 항변일 수도 있지만 한번 뒤집어보면 APEC에 주력해야 하는 나머지 5개국의 속사정을 다분히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큰무대’에 어느 정도 위협을 줄 수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히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끝까지 ’공동성명을 벗어난 문제’를 이유로 1단계 회담을 파국으로 몰고 가거나 2단계 회담에 불참한다고 선언할 경우 이미 마련된 APEC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내용을 불가피하게 수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었다.

’정상들의 외교일정’이 차관보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6자회담으로 인해 차질을 빚을 경우 “수석대표들의 운명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이 소식통의 진단은 현지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회담이 끝난 직후 북한을 제외한 5개국 대표단은 ’안도의 빛’이 역력했다는 후문이다. 한 협상 관계자는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결국 2단계 회담 일정을 잡지는 못했지만 의장성명을 채택함으로써 외형적으로는 어느 정도 체면을 차렸다는 평가다. 또 2단계 회담 일정도 ’가능한 빠른 시일내’라는 구절로 요약함으로써 ‘무작정 연기되지는 않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대로 받아들일 만한 모양으로 회담이 끝나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상황에서 가장 다급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부산 APEC 정상회의를 주관하는 한국으로서는 ’베이징발(發) 악재’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10일 북한이 강경한 자세로 의외의 현안을 들고 나오자 한국은 북한의 대척점에 있는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급적 이 시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얘기가 충분히 오갔을 것으로 회담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6자회담의 의장국 중국은 어렵게 협상국면을 조성한 상태에서 북핵 문제를 두고 다시 대결국면으로 비화되는 것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활발한 해외순방 외교를 과시하고 있는데 중국의 한복판에서 ’악재’가 발생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현지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한 협상 관계자는 “직접적인 당사자들이 모두 힘을 모아 이 정도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또다른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6자회담과 APEC의 함수관계’는 아직까지 진행형이라는 것이 외교분석가들의 지적이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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