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1단계서 ‘판’ 벌어질까

“판을 벌이고 싶은 북한의 의도가 성사될 지 지 잘 모르겠다”.

베이징(北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5차 6자회담 이틀째인 10일 이번 회담에 정통한 한 협상관계자는 현재의 국면을 이렇게 요약했다.

의장국 중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 대부분이 1단계 회의를 가급적 조용히 넘어가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후 열릴 2단계 회의에서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산과 달리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의욕은 첫 날부터 나타났다. 의장국 중국은 자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의 개막사에 이어 각국 수석대표들에게 ’기조연설’ 형식의 발언대신 인사말을 하도록 했다.

기조연설이라는 형식이 아무래도 ’무거운 주제’를 전달하는 의미가 짙다는 점에서 중국측 의도는 “9.19 공동성명에 따라 11월초에 6개국이 다시 만났다”는 의미를 재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협상에 참여한 한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북한만은 달랐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른 바 ’핵동결’과 관련된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이에 상응하는 다른 5개국(특히 미국)의 조치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비교적 내용있는 보따리를 풀어놓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개진한 내용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우리가 핵물질을 만들지 않겠으니 다른 나라들도 성의를 보여라’라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핵물질을 만들지 않겠다는 북한의 제안은 9.19 공동성명에서 규정한 ’북핵 폐기를 위한 신고, 동결, 검증, 폐기’의 과정과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 등의 시간대별 조치 가운데 초동단계에 해당된다.

이는 일부에서 얘기하는 ’초보적인 신뢰구축’ 방안과 맥을 같이한다.

구체적으로는 ▲영변의 5㎿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방사화학실험실이나 재처리 실험실로 이전된 인출 폐연료봉의 처리를 중단하는 등 북한이 스스로 할 수있는 내용을 언급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협상 관계자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적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물론 이에 상응하는 다른 나라들의 조치에는 대북 에너지 지원과 200만kW 대북 송전, 경수로 제공 논의,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및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을 상정할 수있으나 ’초보적 단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나 경제제재 해제 등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알맹이 있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협상 분위기도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18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나 현재 진행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해외순방 등을 감안해 ’뉴스거리’가 나오지 않기를 바랐던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도 소극적이나마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현지 외교소식통은 분석했다.

게다가 북한은 이례적으로 이번 회담에서는 ’만찬외교’라는 화려한 나들이를 선보였다. 김계관 부상은 베이징에 온 첫 날인 8일 저녁에는 일본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식사를 하더니 9일에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만찬을 함께 했다.

제4차 1단계회담이 열리던 7월30일 김 부상이 힐 차관보를 초청, 저녁을 함께 먹은 게 거의 유일하게 공개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일본 수석대표와의 만찬 장소가 일본 대사관저라는 점에서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파격적인 일”로 보고 있다.

결국 다른나라들이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을 협상에 던져놓고, 언론이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는 화려한 행보를 과시하는 북한의 의도는 ’판을 벌여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분석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서 본격적인 판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수석대표보다 몇 단계 위에 있는 각국 정상들의 만남이 빛이 바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부상과의 만찬이후 “모든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번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고 한국에서 내주부터 개최되는 APEC 회의 이후 더 큰 진전을 이루기를 원한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내놓은 보따리의 무게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의미있는 내용의 토론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바탕으로 2단계 회담에는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외교가의 분위기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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