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합의 실패…남북관계 악영향 미칠 듯

북핵 6자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남북관계도 당분간 경색국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의 대표적인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구상은 비핵화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하고 있고, 북한의 ‘12·1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예외 없는 강한 원칙적인 입장을 보여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핵문제를 대미정책 차원에서만 다루고 있는 북한이 당장 미북관계의 냉각 문제를 남북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계시킬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핵문제를 미국과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다급할 이유가 없다”며 “한동안 남한 ‘길들이기’차원의 경직된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 과정에서 남측이 보였던 입장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난할 가능성이 많다. 나아가 ‘합의 실패’의 남측 책임론도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서 ‘검증의정서와 경제·에너지 지원 연계’ 방침을 줄곧 강조해 왔다. 이전 회담에서 미·북간의 의견 충돌을 중재했던 모습에 비해 한층 원칙적인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도 우리 측에 상당한 불쾌감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지난 10일 “북남조선과 미국의 3자구도에서 ‘중재자’의 옛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며 “6자회담에 임하는 한국 대표단이 ‘훼방꾼’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회담 기간 밝힌 대로 검증의정서 채택과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문제를 연계시켜 대북에너지 지원을 유보할 경우 북한도 불능화 복구조치와 또 다른 위협조치로 맞서며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위기지수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우리가 경제·에너지지원 실무그룹 의장국이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 회의를 소집, 별도 처리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 결과가 대북 에너지 지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우에 따라 우리가 주도하는 경제·에너지 지원도 중단될 것”이라며 “따라서 남북간 경색국면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적어도 내년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한미정상 회담 등을 통해 한미간 대북정책 조율이 이뤄지는 3-4월 이전까지는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과 함께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위원은 “남북관계도 오바마 행정부의 미·북 직접대화 추진에 따라 한동안 뒤로 밀릴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