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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28일 사흘째로 접어들었다. 회담 조기 종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미 양국은 28일 오전 세 번째 양자접촉을 갖고 기조연설을 통해 밝혀진 양국 입장을 집중 논의했다.
북•미 접촉이 끝난 후 전체 수석대표 회담을 열고 합의문 작성에 나설 예정이다.
참가국들은 27일 각국의 입장과 요구사항이 담긴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북∙미는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논의한 양국 입장을 더욱 강화시킨 협상카드를 제시했다.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는 핵 문제 해결 전제로 북∙미간 신뢰조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고 평화협정과 비핵지대화를 내용으로 하는 평화공존 체제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3차회담 시 미국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측 수석대표는 리비아식 선 핵 포기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핵 폐기에 따른 단계적으로 실질적인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용의도 밝혔다. 특히, 미국은 6자회담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과 미사일 문제를 양자 또는 다자 이슈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북측이 군축회담 요구를 자제하고, 미측이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회담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해석했다.
일본 아시히(朝日) 신문은 6자회담에서 핵폐기에 관한 최초의 합의문서를 채택한다는 데에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6자회담이 핵 폐기를 목표로 하고 조기에 마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송민순 차관보는 이날 “회기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일(29일)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미 이견수준 넘어 상반된 주장
그러나 북한이 한미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평화체제 수립을 주장하고 미국이 미사일과 인권문제를 이슈화 시킬 조짐을 보이면서 회담은 낙관하기 힘든 상태로 접어들었다. 군축회담과 HEU도 표현만 달라졌을 뿐 실질적으로 양국 협상 카드에 모두 포함됐다.
핵 폐기에 원칙과 방향을 담은 회담 합의문 작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범위 내에 북핵 폐기 절차를 담고 있다. 따라서 북측이 요구하는 비핵화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북핵 폐기 원칙에 동의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내놓은 제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견 수준이 아니라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한미동맹 해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면 회담이 원초적으로 성립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평화체제 구축 중간단계로 주한미군을 포함한 남한의 핵문제, 비핵지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2차 북핵위기 발생 이후 줄곧 주장해왔던 체제보장 요구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김태우 군비통제 연구실장은 “북한이 한미동맹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신뢰조성이나 평화체제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경우 한국 정부가 부분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결국 미국의 판단에 달린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미 양국은 3차 회담에서 핵 폐기 절차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으로 충돌했다. 이번 4차회담에서는 비핵화 전제조건과 미국의 선 핵 포기론의 충돌로 요약된다.
예정대로 회담이 조기에 끝날 경우 합의문 작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기 일정을 확정하고 의장성명 형태로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