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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이 8일째로 접어들면서 전날 차석 대표회의와 양자접촉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2일에는 3차 초안에 대한 각국 수석대표 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4차 회담이 지난달 30일을 전후해 합의문 작성 단계로 넘어가면서부터 참가국들은 더욱 긴밀한 접촉을 갖고 합의문안의 손익을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측 수석 대표 힐 차관보는 1일 회담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앞에 보이는 수평선에는 돌파구가 안 보인다”며 “오늘 긴 시간 회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진전이 있다면 계속 (베이징에)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며 회담 결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북한과 다른 참가국들 사이에 (핵 폐기 입장에서)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숙소를 떠나면서는 “초안에는 수많은 랭귀지가 있으며, 많은 차이가 있다”며 “모든 것이 해결될 때까지는 모든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었다.
美, 회담이 답답하게 흘러간다
미국은 지난해 3차 6자회담까지 유지해왔던 태도를 바꾸고 북한과 양자접촉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했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상황의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관계개선과 핵우산 제공 중단 등의 새로운 요구를 추가한데다 기존 핵 폐기 대상에서 민수용 핵개발(경수로 원전)을 제외시킬 것을 요구해와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미국측은 1일 차석대표 회의에서 합의문에 핵 폐기를 명시하는 것 조차 쉽게 합의에 못 이루자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회담이 답답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하는 반면 북한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북측은 예상대로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라오스에서 열린 제1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정성일 부국장은 29일 4차 6자회담과 관련, “아주 실무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만하면 잘 돼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北, 분위기 아직은 좋다
그는 “회담 분위기는 아주 좋다. 양쪽(북한과 미국)이 고민하는 내용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공동의 합의문을 미국측에서 준비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담 진행방식이 양자접촉으로 이뤄지고 미국이 협상 바구니를 들고나와 패키지로 주고 받으려고 한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시한 발언이다. 6자회담 복귀하는 것만으로 남측의 경제지원과 중대제안, 미국으로부터 양자접촉 수용을 이끌어낸 마당에 새로운 전제조건까지 내걸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북한에게는 별로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반면,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 대표단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일체의 발언을 삼가한 채 회담에만 전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양자접촉에도 적극적이다.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 다급하지 않은 점은 과거 핵 폐기와 상응조치를 다루던 당시와 달라진 모습이다. 핵 폐기와 보상에만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새로운 복안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韓, 본격협상은 만족, 결과는 글쎄..?
북한 백남순 외무상은 “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핵무기전파방지조약 즉 NPT에 다시 가입할 것이며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반도에서 핵 위협이 제거되고 북미간 관계정상화가 충족되면 사찰을 수용하고 NPT에 복귀하겠다고 했던 1994년 1차 핵 협상 과정이 재연되는 느낌까지 준다.
한편, 한국 정부는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데는 만족감을 보이면서도 합의문 도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이견이 커 내심 초조감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어려운 쟁점이 남아 있어 (회담)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아직은 낙관론에 서있지만 상황에 따라 적잖은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