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중대기로…‘검증’ 못넘으면 좌초

북핵 6자회담이 10~11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담에서 참가국들은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의 내용을 평가하고 검증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핵 불능화와 그에 따른 관련국들의 경제∙에너지 상응조치를 마무리하는 방안과 3단계 ‘핵포기’ 로드맵, 6자 외교장관회담 개최방안 등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양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8일 양자회동을 갖고 회의의 의제 등을 사전 조율했다. 9일에도 남북 수석대표 회동 등 관련국 간 활발한 양자접촉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검증’이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절차에 착수했지만 신고서에 대한 검증체계가 불분명할 경우 철회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관련국들도 북한이 제출한 핵신고서에 핵무기, UEP, 핵확산 의혹 등이 빠져있는 만큼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이 검증체계 구축에 적극 협력한다면 6자회담은 2단계를 마무리하고 3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라면 어렵게 조성된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될 수도 있다.

‘검증’의 주체, 방법, 일정, 비용분담 등 하나하나가 회담의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 주체와 관련, 한∙미∙일 등은 비핵화 실무그룹 산하에 별도 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에 5자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각에서는 핵시설 및 핵물질의 검증에는 핵보유국만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증 방법에 있어서도 한∙미∙일 등은 플루토늄의 철저한 검증을 위해 사전 예고 없는 현장접근과 샘플채취, 북한 과학자와의 면담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성실히 협조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힐 차관보도 8일 “검증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검증 작업으로 서류 검토, 현장방문, 관계자 인터뷰 등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참여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등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북한이 지난 1차 북핵 위기 당시 특별사찰 문제 등을 놓고 IAEA와 대립했던 터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핵포기’ 로드맵에 대한 협의는 북한이 불능화에 비해 경제∙에너지 지원속도가 더디다며 다음 단계 논의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3단계 진입을 낙관할 수 없다.

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을 놓고 북한과 미국 간 신경전이 재연될 경우 협상 분위기가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UEP와 시리아 핵협력에 대한 검증 체계도 최대한 구축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간접시인’ 방식으로 일부 인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실체는 부인하고 있어 검증에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검증주체와 관련, “북한은 미국만의 검증을 주장하면서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식을 주장할 것”이라며 “형식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관여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실장은 IAEA의 ‘검증’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NPT 회원국도 아닌 상황에서 IAEA 관계자를 초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 방법과 관련해 그는 “플루토늄을 보관하고 만들고 사용한 장소가 각각 다를 텐데 북한이 이에 대한 현장접근을 수용한다면 보유한 핵무기를 공개하는 것과 같다”며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UEP 및 시리아 핵 확산 의혹에 대한 검증문제에 대해서도 김 연구실장은 “미국이 언급하겠지만 지난 4월 싱가포르 회동과 비슷한 방식으로 덮고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논란이 될 경우 6자회담 자체가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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