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미간 뉴욕채널의 가동과 남북대화 재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이 당분간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만나 “당분간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은 일정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북ㆍ미 사이에 오랜 대결구도와 상호 불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에서 뉴욕채널 가동 이후 미국내 고위관료의 대북위협 발언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미국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고 때가 되면 우리의 입장을 뉴욕접촉선을 통해 전달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뉴욕채널의 가동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후 주석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북한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최근 들어 언론 매체를 통해 미국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잇달아 비난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선중앙방송은 24일 미국의 핵선제공격계획 ’작계 8022-02’를 지적, “이번에 드러난 사태는 미국이 북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이 빈말임을 보여준다”며 “미제의 속마음은 우리를 압살할 야망 밖에는 없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신문도 23일 작전계획 5029-05작성과 한미합동군사훈련, 미 7함대사령관의 전력투입 발언 등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우리에 대한 적대의사가 없는 것처럼 해도 실제로는 우리를 힘으로 굴복시키기 위한 북침전쟁 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불신을 표시했다.
최근 이같은 태도로 미뤄볼 때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한 미국측의 주권국가 인정 재확인과 6자회담내 양자회담 개최 등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진의에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북한은 당분간 시간을 두고 미국에서 나오는 각종 언급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6자회담 참가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6자회담에 조기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당분간 미국의 입장을 지켜보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쪽에서도 앞으로 두어번 정도는 북한을 다독이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 같은 입장 속에서 내달 11일 미국에서 열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회담 내용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은 한ㆍ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며 “2003년 5월의 정상회담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만 나올 경우에는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미국의 뉴욕채널 가동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에 대한 심각성 인식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본다”며 “조기 개최는 어렵겠지만 최근 남북관계와 미국의 입장변화 등을 감안할 때 결국 6자회담이 열리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