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배경과 전망

차기 6자회담은 과연 ’일정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가.

의장국 중국이 30일 차기 회담 일정을 공개함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이른바 ’북핵 폐기의 2막1장’이 열려 북핵폐기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도출될 것인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북.미 ‘의기투합’의 결과 = 회담이 재개된 것은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판을 깨지 말자’는데 뜻을 모은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13개월 만에 재개됐던 회담이 차기회담의 일자를 명시하지 않고 산회했을 때만 해도 차기 회담까지 공백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48일 만에 재개됨으로써 일단 회담 동력 유지 차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게 중평이다.

회담이 적절한 시기에 다시 열리게 되기까지는 북.미 양측이 적극성과 유연성을 보이면서 지난 16~18일 진행한 ‘베를린 회동’이 분수령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베를린 회동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처리 방향에 대해 인식차를 좁히는데 성공하고 차기 회담 목표인 초기단계 조치에 대해 깊이 있는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피할 길을 찾던 북한과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 완패 이후 북핵문제를 안정궤도에 올려 놓을 필요를 느끼던 미국이 실로 오랜 만에 ‘의기투합’의 기미를 보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해 9월 한미 정상회담때 제안한 ‘포괄적 접근방안’에 근거해 ‘베를린 회동’의 거간 역할을 한 우리 정부도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쟁점과 전망 = 차기 회담의 성패는 북한이 취할 핵폐기 초기 조치와 그에 대한 관련국의 상응조치를 담은 합의문이 도출될지 여부에 달렸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 지난 25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양측은 차기 회담에서 초기단계 조치를 문서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자는데 뜻을 같이했고 이 구상은 다른 회담 참가국들에게도 전달됐다.

핵폐기 전체 과정 중 일부인 초기 조치에 합의한 뒤 이를 이행해가며 북한과 나머지 관련국들이 상호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초기조치 이행기간 안에 전체 핵폐기 로드맵을 만들자는 것이 참가국들의 일치된 구상인 것이다.

북한이 베를린 회동을 계기로 BDA 문제가 해결되어야 핵폐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사실상 물러섬에 따라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초기단계 조치와 상응조치 간의 균형점 찾기로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를 비롯한 일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가동중단 여부를 확인키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는 선까지는 합의하고 그에 따라 나머지 참가국들은 9.19 공동성명에 근거, 대북 서면 안전보장, 경제 및 에너지 등을 제공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가 이날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 6자회담이 1994년 제네바 북미기본합의(agreed framework)와 유사한 합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나 그것은 예비적인 것일 뿐 마지막에는 더 멀리 나갈 것”이라고 한 것은 차기 회담 목표 및 전망과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북미 기본합의는 북한의 영변 5MW원자로 동결에 대해 연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하고 핵폐기에 대해 경수로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잘못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제네바 합의를 클린턴 행정부의 부정적 유산으로 치부하던 부시 행정부의 당국자가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은 미측이 최근 보이고 있는 적극성과 유연성이 허상이 아님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도 자신들이 과거 동의했던 북미 기본합의의 틀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고 보면 북미 기본합의 상의 초기 조치인 핵동결(동결에 대한 감시를 포함)에 대해 경제.에너지 보상 및 관계정상화 초기 조치를 제공하는 수준의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 암초는 없나 = 그러나 이 수준의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할지,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핵동결의 의미에 있어 북한이 핵무기 1~2개를 만들 수준의 플루토늄만 보유하고 있던 1994년과 이미 핵실험을 마친 상태에서 핵무기 6~7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07년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5MW 원자로의 스위치를 뽑는 조치가 갖는 ‘가치’가 13년 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만큼 관련국들이 북한 핵동결에 대해 북미기본합의 수준의 보상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중국 등은 단순한 핵시설 가동중단에 만족하지 않고 수개월내 핵폐기 단계 돌입을 전제로 한 핵시설 폐쇄 등 보다 진전된 조치를 초기단계 조치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초기단계 조치의 실질적 내용을 두고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북미가 순조롭게 합의할 경우 무난히 ‘공동성명’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황에 따라 난항을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동중단 또는 폐쇄의 대상을 어디까지로 설정하느냐와 IAEA의 감시활동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느냐는 부분도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상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회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들도 없지 않다. 북한으로부터 상환받지 못한 채권 때문에 대북 지원에 제도적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와 납치문제 해결 전에 대북 지원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일본 등의 입장이 변수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취할 보상성 조치가 가시화했을 때 국내에서 제기될 다양한 여론의 스펙트럼을 무난히 돌파해 낼 수 있을지도 변수중 하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