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흐름 속 분주한 `5자셈법’

모처럼 속도가 붙고 있는 6자회담 재개 흐름 속에서 5자의 셈법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적극적인 평화공세로 인해 ‘죽어가던’ 6자회담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물밑으로는 주도권을 거머쥐고 전략적 의제를 선점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고도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주목할 포인트는 북핵 게임의 양강(兩强) 격인 미.중의 전략적 스탠스다. 6자회담 재개라는 큰 틀에서는 협력기조이지만 각론에 들어가 재개 조건과 그에 따른 회담의 새판짜기 방향을 놓고는 견제기류가 읽혀진다.


전반적으로 북.중 교차방문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재개흐름은 ‘G2(미.중) 컨센서스’의 맥락이라는게 일반적 해석이다. 작년 12월초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미국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중국이 본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풀이다.


그러나 양국의 대응 스탠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회담 재개를 서두르는 분위기이고 미국은 다소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양국의 엇갈린 전략적 이해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으로서는 북한과 일정하게 ‘타협’하는 형식으로 회담을 조기재개함으로써 의장국으로서의 이니셔티브를 살려나가는데 일차적 관심을 두는 눈치다.


특히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이라는 ‘이벤트 효과’를 최대한 살려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춘제연휴가 끝난 직후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북.미 사이에서 적극적 중재를 시도할 것으로 관망되고 있다. 북미 양측이 동의한다면 6자회담 과의 시차를 거의 두지않는 북미간 직접, 간접 접촉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의 ‘원칙없는 타협’ 또는 ‘양보’하는 모양새를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북한과 다시 대화테이블에 앉는 형식을 피하고 북한이 중국의 설득을 받아 ‘조건없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는 시나리오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회담과 제재해제를 수용할 경우 비핵화 초점이 흐려진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지만 과거 악순환으로 이어져온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학습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현재 보수의 목소리가 높은 미국내부의 정치흐름은 오바마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폭을 제한시켜 놓고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김계관 부상의 방미를 통한 제2차 북.미대화 가능성이 대두되자 미국측이 공식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핵심 소식통은 “미국으로서는 지금 김 부상을 받아들일만한 분위기가 형성돼있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기조에는 한국과 일본이 적극 동조하고 있다. 한.일 외교장관은 지난 11일 서울에서 회담을 갖고 “5자가 계속 결속해 전략적 인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의 핵포기와 연계해 대규모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그랜드바겐'(일괄타결)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러려면 제재라는 강제적 틀이 유지돼야 하고 평화협정 회담은 비핵화 논의의 후순위로 가야 한다는게 일관된 입장이다.


한 정부소식통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온 북핵협상 틀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장국인 중국의 중재방향에 예민한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으로서는 국내 정치의 최대쟁점인 납치자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따라서 북한이 5자의 압박기조에 못이겨 북핵 포기조치와 함께 납치자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단 관망세 속에서도 6자회담의 새판짜기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적극적 개입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6자회담 산하 동북아지역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 재개시 평화협정 논의에 개입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분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본격적 중재 움직임 속에서 6자회담이 재개 쪽으로 물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처럼 5자의 셈법이 복잡하게 엇갈리면서 회담 재개에는 진통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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