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와 한국의 역할

“우리가 낸 아이디어를 미국이 거의 다 수용했다.”

중국 정부가 제5차 3단계 6자회담의 재개를 발표한 30일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포괄적 접근방안에서 만들어 놓은 구상대로 90% 이상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제5차 6자회담이 3단계까지 가면서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에는 한국이 내놓은 제안이 결정적인 동인(動因)이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이른바 ‘패키지안’의 내용은 한국이 주도한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을 추적하는 것은 차기 6자회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를 짐작케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그에 따른 안보리 결의 1695호 채택으로 국제사회가 어수선하던 지난해 7월께 정부내 일각에서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것이 포괄적 접근방안으로 수렴됐다는 후문이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청와대 안보실장이던 송민순 현 외교부 장관. 이 방안에는 BDA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과 `크게 주고 크게 받는’ 딜을 통해 핵폐기 과정을 최대한 단축하는 아이디어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사실상 마지막으로 북한에 압박이 아닌 외교로 문제를 풀 기회를 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10월9일 북한 핵실험으로 탄생한 지 한달이 채 안돼 휴지조각이 되는 듯 싶었다.

그런데 11월 중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놀라운 제안을 한다. 1953년 정전상태로 끝난 한국전쟁을 공식으로 종료하는 종전협정에 김정일 북한 위원장과 자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 서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감한 결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생명력이 끊어진 줄 알았던 포괄적 접근방안은 미국측에 의해 거의 대부분 수렴돼 구체적인 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미국이 처음에 우리가 그런 제안을 했을 때는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이후 우리가 꾸준히 설득하고 미국도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물론 한국의 외교장관, 그리고 고위 실무자들이 나서서 ‘성과있는 협상’을 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는데, 미국이 이를 수용했다는 뜻이다.

미국의 의지는 10월과 11월에 걸쳐 진행된 베이징(北京) 북미 회동(중국 중재)에서 북한측에 전달됐다. 그리고 12월에는 5차 2단계 6자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이 회담에서 미국측은 정교하게 정리한 패키지안을 전달했지만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끝내 걸림돌이 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김계관 부상이 `베를린 북미회동’을 제의하고 나섰다. 평양 수뇌부의 의중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국의 설득이 주효했다. 당시 미국내 일각에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협상 양태인 `북미 양자회동’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한국측은 ‘베를린 회동은 6자회담의 회기간에 잠시 열리는 회동’이라는 의미에서 ‘회기간 회동(intersessional meeting)’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거부감을 해소했고 결국 이 회동에서 북미간 ‘일정한 합의’가 도출됐다.

이렇게 보면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 한국측이 고비고비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중국측이 6자회담 재개를 공식발표하자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북핵문제의 핵심적인 직접 당사자로서 회담 진전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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