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와 북-중 관계 변화

북한 조선중앙TV가 9일 밤 4차 6자회담 복귀 방침과 함께 이날 앞서 베이징에서 ’김계관-힐 회동’ 사실도 공개하자 북핵 6자회담 재개 과정의 중국의 역할과 북-중관계의 현주소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관측통들은 국제사회가 중국에 끊임없이 대북 영향력 행사를 요청했는데도 불구, 6자회담 교착상태가 13개월이나 지속된 점 등을 들어 ’중국의 대북 영향력 한계’나 ’영향력 행사 의지 결여’, 심지어 ’북-중관계 이상 징후’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중국은 4차회담 성사 과정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3년 8월 1차회담에 이어 2차(2004.2) 3차(2004.6)회담 성사과정에서 중국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4차회담은 중국 의 중개보다는 남북대화와 한미공조의 산물로 성사된 것”으로 보면서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베이징 비밀회동을 그 실례로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회담 성사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아예 없었거나 있더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면서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장소제공 역할외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물론, 4차회담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중(7.8∼9)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평양 방문(7.12∼14)이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이 막후에서 중재 역할을 담당했을 수 있다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에도 중국 당국자의 평양 방문 직전에 북한이 회담복귀를 발표한 점은 과거 3차례와 동일하며 탕 국무위원의 방북을 앞두고 회담재개 방침을 밝힌 것은 북한이 중국의 끈을 붙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 다수는 “4차회담 성사과정을 보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 한계와 한국의 주도적 역할 증가, 북.미간 직접 접촉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약화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탕 국무위원의 방북 직전에 6자회담 복귀 성명을 낸 것도 중국측에 우호적인 것은 아닐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전문가들은 이는 수 년 전부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한계가 분명하다’거나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있는 그대로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왔으며 라이스 장관이나 힐 차관보 등도 그동안 수 차례 중국에 대해 대북 영향력 증대를 통한 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심지어 중국의 고위 관리나 관방 학자들까지도 대북 영향력 문제에 대한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언사들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해왔다.

2003년 4월 열린 베이징 3자 회담의 중국 수석대표였던 푸잉(傅瑩) 호주대사는 북한 외무성의 2.10 성명 직후인 2월 17일 호주 전략정책연구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중국 대외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알려진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국제관계연구소장도 지난 3월 방중시 가진 연합뉴스 회견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처럼 크지 않으며 그들은 우리 말을 잘 않듣는다”면서 “영향력이 있다면 북조선이 2.10성명을 발표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중관계의 이같은 냉각 기미의 단초를 2002년 10월 4일 중국이 양빈(楊 斌) 신의주 행정특구 행정장관 체포로 보고 있다. 이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2004.4), 양빈 장관의 구명을 요청했으나 신의주 특구 출범을 못마땅해 하는 중국 당국과 이를 고집하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 전문가들은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내일 평양으로 떠나는 탕 국무위원의 방북으로 보고 있다. 부총리급인 탕 국무위원의 북한 방문 김 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나 현재 중.북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꼽혀온 후진타오 주석의 북한 방문 성사 시기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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