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로 남북관계 풀릴까

북한의 복귀 합의로 6자회담이 1년 만에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됨에 따라 핵실험 정국을 넘어 남국관계가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동안 6자회담과 남북회담이 희비를 같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합의는 남북관계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작년 11월 5차 회담을 끝으로 쉼표를 찍은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그 결과를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런 신중론의 배경에는 핵실험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을 강행한 여파로 국내에서 대북 포용정책이 크게 흔들린데다 외교안보라인 수장들도 싹 바뀌는 만큼 안팎의 여론을 감안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정부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남북관계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런 지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핵실험으로 바닥을 찍었다면 이번 복귀 합의로 상승곡선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도 31일 “다행”이라며 “북한이 6자회담의 레일에 복귀해 현 상황 타개의 출구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남북관계 ‘출구’ 보인다 = 지난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는 쌀 차관과 비료 추가 지원을 전면 유보하면서 그 시한을 “출구가 보일 때까지”라고 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엿새 만에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출구’를 찾지 못해 조기 결렬되고 남북은 얼굴을 붉히며 등을 돌렸다. 그 후 북한은 오히려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는 ‘보복조치’를 취했고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올스톱됐다.

정부는 7월 중순 북한에 심각한 수해가 발생하자 수해 복구 지원을 명목으로 쌀과 시멘트 10만t씩과 자재장비 지원을 통해 회담 재개를 모색했지만 이 마저도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날아가버렸다.

더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1718호에 따라 그 이행 조치 마련에 분주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회담 복귀합의로 출구론이 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정부가 7월부터 예시한 가장 유력한 출구가 6자회담 복귀였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쪽에서도 이날 복귀 소식이 전해진 뒤 출구론을 다시 꺼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구가 확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출구의 시기를 놓고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 6자회담 복귀 선언 자체로 충족된 것으로 판단할지, 실제 북한의 6자회담 테이블에 앉는 때로 볼 지, 아니면 회담의 결과까지 나온 다음으로 할지는 정교한 정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대목인 것이다.

게다가 핵실험이라는 추가 악재가 있었고 이로 인해 대북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포용정책의 부분 수정까지 몰고 온 만큼 출구를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 쌀 차관이 열쇠될까 = 이에 따라 닫힌 남북관계를 여는 열쇠가 무엇이 될지도 관심이다.

그 열쇠로는 쌀 차관이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모습이다.

외견상 남북 당국 간 관계가 사실상 단절 상태로 접어든 결정적 이유가 19차 장관급회담의 결렬 배경이 되기도 했던 쌀 차관과 비료 제공 문제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일단 쌀 차관 지원을 위한 ‘출구’가 어느 정도 충족된 게 아니냐는 판단이 우세해 보인다.

아울러 쌀 차관 유보조치는 유엔 제재와는 무관하게 우리의 독자적 조치로 취해진 것이며 인도적 사안인 그 성격을 들여다봐도 유엔의 제재 결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7월 수해로 가뜩이나 심각한 식량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올 겨울을 나기도 힘들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해 처럼 쌀 50만t을 제공한다는 방침 아래 45만t은 차관으로, 나머지 5만t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무상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또 비료는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35만t을 지원한 만큼 10만t을 추가로 주기로 미사일 사태 이전에 이미 북측과 의견접근을 본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핵실험 변수와 국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회담 열린다면 어떤 형식되나 = 쌀 차관이 출구를 여는 열쇠라고 해도 과거의 관행에 비춰 볼 때 어떤 형식이라도 회담이 열린 다음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남북회담은 지난 7월 장관급회담이 결렬된데다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했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얘기도 꺼내보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 비춰 차수를 거듭해온 정례적인 회담보다는 관계 복원을 위한 특별한 형식의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5월에 열린 차관급회담이 그 예다.

이번에는 장관급회담 대표접촉이 유력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작년에 차관급회담에서 비료 지원과 6.15 당국 대표단 파견, 장관급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듯이 이번에도 이런 접촉이 열린다면 쌀 차관 문제와 장관급회담 재개 방안 등이 의제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19차 장관급회담이 깨진 이후 정부는 선(先) 대화제의를 참아왔지만 상황에 따라 우리 측이 먼저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핵실험과 동시에 유보된 대북 수해 복구 자재의 북송을 재개하면서 분위기 조성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외 여론을 살피며 서서히 조금씩 관계를 정상화 해나가는 단계적 접근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유보된 규모는 쌀 1만t 가량을 비롯, 시멘트 7만500t, 철근 1천200t, 덤프트럭 50대 정도다.

정부는 이와 함께 유엔 제재안 이행조치 외에 금강산관광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을 포함한 독자적인 대북 조치를 검토해 왔지만 이에 대한 검토를 중단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또 핵실험 이후 전면 중단한 철도자재장비 제공을 재개하는 방안도 단계적 조치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전제로 우리 정부가 경공업 원자재 8천만 달러 어치를 북측에 제공하기로 한 합의도 남북 간 현안에 속하는 만큼 정부의 조치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