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日 `왕따’ 자초했나

북핵 6자회담 관련국들의 오랜 노력 끝에 제4차 회담이 이 달 말 열리기로 확정,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일본 역할론’이 새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본 역할론’은 6자회담이 작년 6월 중단된 이후 13개월 동안 회담 재개를 위한 일본의 역할이 거의 없었다는 ‘일본 무용론’이 그 요지다.

북한의 회담 복귀가 전격 발표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조선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주변 나라들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만은 6자회담 재개에 기여한 것이 없다”고 일본을 비난하고 나섰고, 공교롭게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회담 재개 기여국을 하나씩 거론하면서 일본을 ‘쏙’ 빼버렸다.

북핵문제의 실제 당사자인 북미는 때로는 험한 말로 때로는 유화발언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도 회담 수석대표간의 전격 접촉으로 회담 재개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나라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특사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중대제안’을 제시하고 ‘7월 중 재개’라는 구체적인 답을 받아오는 한편 미국, 중국과도 긴밀히 대화를 해왔고, 중국은 고위 인사를 북한에 보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물밑 노력을 지속해왔다.

회담 재개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러시아조차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을 평양으로 보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의 ‘2.10 성명’ 발표 이후 북미간 대결국면이 서서이 고조되고 급기야 ‘한반도 위기론’까지 대두됐지만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며 여타 관련국들의 회담 재개 노력에 ‘재’를 뿌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가짜 유골 논란으로 대표되는 납북 일본인 문제의 끊임없는 제기가 대표적이다.

비록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인 납치 문제가 주요 이슈이겠지만 해묵은 과제인데다 6자회담 참여국의 하나로서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그 문제를 들고 나와야 했는 지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만을 쳐다보며 외교를 하던 일본이 북미관계 악화를 호재로 삼아 국내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다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한 모양새이다.

따라서 북미 회담 수석대표간 전격 회동으로 6자회담 재개가 확정된 데서 보듯 양국간 우호 분위기가 서서이 무르익을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북미간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일본의 역할은 그 만큼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이 6자회담 참가국이라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말은 안하지만 그간 일본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일본이 내부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납북자 문제를 계속 거론할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고 북미간 관계가 악화됐을 때 악역을 맡는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지금까지 별다른 역할을 못했던 일본이 회담이 재개되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내 대체적인 분위기다.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도 “앞으로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해 일본의 회담 재개 역할이 미미했음을 시사하면서도 향후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일본인 납치문제는 6자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고 일본측도 잘 알고 있다”며 일본이 북핵문제에만 집중해 줄 것을 간접 주문했다.

그가 “6자 속에서 양자 차원에서는 될 수 있으며, 특별히 납북자문제 제기로 인해 6자회담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일본이 회담 분위기와 상관없이 ‘마이웨이’로 간다해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보냈다.

회담 재개 과정에서 스스로 ‘왕따’를 자초한 일본이 향후 회담 과정에서 어떤 건설적 역할을 찾아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할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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