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가동 가시권..핵심의제와 전망

북핵 6자회담이 다음달 초순 정도에 재가동될 전망이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12월 6∼8일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22일 밝힌 데 대해 정부 소식통들도 23일 의장국 중국이 그런 안을 회람했으며 한국은 이미 찬성의 뜻을 보냈음을 확인했다. 다만 다른 나라의 사정이 있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비핵화 2단계를 규정한 `10.3합의’의 실천내용을 평가하고 내년 이후 핵 폐기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늦어도 12월 초순에 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참가국들의 공감대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기에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6자 `수석대표회담’ 형식이 될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10.3합의 이행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 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연내 불능화를 목표로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11개 불능화 조치는 이달 초부터 시작돼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첫번째 조치를 끝내고 2~3개의 불능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에 제공할 중유 5만t의 10월 선적분을 맡은 미국이 곧 목표량을 모두 채우게 되며 11월분을 맡은 러시아의 중유 수송작업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중유로 환산해 50만t에 달하는 에너지 설비 제공 작업도 최근 선양(瀋陽)에서 열린 남.북.중 3국 협의를 계기로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다.

당초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11월 중순께 북한이 1차 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북한측은 23일 현재까지 신고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 무슨 속셈으로 신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6자회담이 열릴 경우 그 자리에서 신고서의 내용을 다른 참가국, 또는 미국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되면 6자회담은 북한의 신고서를 제출받고 신고 내용을 평가하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고가 이처럼 늦어진 것과 관련, 정부 소식통은 “10.3 합의에 규정된 시한인 연말을 넘기지 않는다면 반드시 나쁜 것 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 북한이 부실한 신고서를 내놓게 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신고서를 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신고 내용 가운데 핵심은 물론 과거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의 총량과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관련 사항이다.

플루토늄 총 생산량 신고의 성실성에 대한 평가는 북한의 신고량이 국제사회의 예상치(45~50kg)와 어느 정도 차이를 나타내느냐가 관건이다.

만일 북한이 예상치에 근접한 총량을 신고할 경우 북한에 대한 ‘신뢰’가 제고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이 턱없이 적은 총량을 적어내면 전체 협상틀이 흔들릴 수 있다.

UEP 관련 내용은 플루토늄 문제보다 복잡하다.

북한은 현재 적극적으로 UEP 해명의지를 보이고 있다는게 정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버티기 작전’을 고수하고 있다는게 문제다.

UEP의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를 만들기 위해 조달한 것으로 의심받는 고강도 알루미늄관(140t 가량)을 수입한 사실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농축용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등 핵활동과의 관련성은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없는 것을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북한은 정식 신고서에 UEP를 넣지 않고 별도로 미국측에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국측이 워낙 제2차 핵위기의 발단이 된 UEP 문제에 완강한 터여서 결국 신고서에 넣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북한측이 얼마나 성실한 내용을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은 UEP 문제에 있어 ‘만족할 만한 신고’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미국내 부정적 여론을 감안할 때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측에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힐 차관보 등 미국내 협상파의 입지가 미국내에서 매우 좁은 상황”이라면서 “만일 UEP와 관련된 신고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미 의회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반대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만일 UEP, 나아가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이 고비를 넘지 못할 경우 연말로 향하는 시간적 상황과 한국의 대선 등을 감안할 때 상당한 시점까지 6자회담이 ‘사실상 공전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 등 협상파들이 북한의 공식 신고서 제출에 앞서 외교 경로를 통해 신고 목록에 대한 사전 협의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6자회담에서는 로슈코프 차관이 언급한 대로 6자 외교장관회담의 일정을 논의하는 것도 현안 중에 하나이다. 외교가에서는 대략 6자 수석대표회담이 끝난 직후에 베이징에서 여는 방안과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내년 초께 개최하는 방안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