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인사말로 본 각국 입장

제4차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26일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회담에 임하는 입장을 밝히고 곧바로 소인수(소규모)회의와 양자협의에 착수함으로써 본격적인 협상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6개국 수석대표의 인사말에서 공통된 키워드는 당연히 ‘한반도 비핵화’였다.
이는 참가국 사이에서 이미 회담의 공통 목표로 강조됐던 부분이지만 북한이 지난 2월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서 외교 무대에서 6자회담의 최대 목표로 다시 각광을 받는 측면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 확고한 목표인 만큼 여기에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 논점을 흐리려는 시도에 일침을 가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비핵화에 더해 미국을 의식한 듯 “조선반도에서 핵 전쟁의 위협을 종국적으로 없애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당사자들의 정치적 의지와 전략적 결단이 요구된다”며 전략적 결단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중국은 협상의 접근방법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송 차관보가 “6자회담이 지향하는 항구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그 곳에 도달하기 위한 항로에 대해 충분히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데 이어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도 “논의 주제는 비핵화 개념에 대해 협상, 일치된 이해를 확정하고 그 확정한 목표를 위해 구체적인 경로와 방법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각측 이익에 부합하는 최대공약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며 “한걸음씩 걷다 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한반도 비핵화와 그에 따라붙는 목표들을 잡은 뒤 세부 절차를 논하자는 입장으로, 출구부터 먼저 확인하고 길을 찾자는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는 나아가 회담 결과를 공동문건 형태로 만들고 여기에는 회담 목표와 기본 원칙에 대한 각국의 이해와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핵폐기의 방법와 상응조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충분하고 검증가능하게(permanently, fully, verifiably) 폐기하는 결정을 하면 나머지 국가는 북한의 안보우려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에너지 관련 요구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한 폐기 방법은 작년 2월 제2차 회담을 전후해 등장, 북한의 반발을 샀던 ‘CVID’나 3차 회담 당시의 ‘포괄적 핵폐기’와는 다소 차이가 느껴지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향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일본도 핵폐기와 관련, “신뢰할 수 있는 국제적 검증 아래 완전한 핵계획 포기를 받아들여야 전세계의 요구에도, 북한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 객관적인 검증과 완전한 폐기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우리측에서는 “북측으로서는 핵을 포기하고 다른 국가들은 관계 정상화와 안전보장 등 상응하는 조치를 분명히 약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관계 정상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힐 차관보가 안보우려 해결과 에너지 관련 요구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이 회담에서 얻고자 하는 두 축에 대한 협상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긍정적인 회담 전망을 가능케 하는 언급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에너지 요구사항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언급만으로는 미국의 에너지 보상 참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이날 인사말 가운데 가장 ‘튀는’ 국가는 역시 일본이었다.

비핵화에 진력하려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유일하게 일본이 납치와 미사일 등 양자 현안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수석대표는 “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일-북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이를 위해서는 납치, 미사일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 납치문제가 이번 회담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예고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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