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은 11일 오후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수석대표 회동을 열어 핵심쟁점인 ‘대북 에너지 지원규모’를 놓고 집중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측은 중국이 합의문 초안에 제시한 관련 핵시설의 ‘동결.폐쇄.봉인’을 수용하는 대가로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보상조치의 일환으로 제공했던 중유 50만t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나머지 나라들은 북한측 주장이 ‘비합리적’이라며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장국 중국은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생각하는 에너지 규모와 제공속도 등을 놓고 절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상에서 모종의 접점을 찾을 경우 중국이 합의문서 수정안을 회람시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개막일인 8일과 9일 이틀동안 수석대표 회동을 열었으나 쟁점인 에너지 제공 규모 등을 놓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회담 사흘째인 10일에는 수석대표간 회동을 갖지 못하고 다양한 양자및 다자회동을 통해 쟁점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특히 북한은 한국과의 양자접촉 등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초기이행조치에 대한 보상 내역의 골간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합의문서에 포함될 5개 워킹그룹 가운데 하나인 ‘경제.에너지 지원 워킹그룹’을 한국이 주도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6자회담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 만큼 워킹그룹은 나머지 5개국이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면서 “북.미-북.일 관계정상화는 관련국들이 알아서 하면 될 것이며 경제.에너지 지원 워킹그룹의 경우 어느 특정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문제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로 얻어지는 혜택은 물론 부담에 있어서도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원칙하에 5개국의 ‘공동부담’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각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만일 이런 문제가 현안이 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수용하느냐의 여부”라면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자국민 납치문제와 관련한 북한측과의 협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에너지 지원에 적극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러시아측은 에너지 지원에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베이징 시내 한 음식점에서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과 오찬 협의를 한 뒤 “러시아가 대북 상응조치로서의 에너지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고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슈코프 차관도 `러시아도 대북 에너지 제공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에너지 문제는 한반도의 어떤 상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서 핵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