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숙소에 얽힌 정치학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9일 개막되는 제5차 6자회담에서 이른바 ‘숙소의 정치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는 회담 주재국인 중국과 주로 대사관을 숙소로 활용하는 북한,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미국과 일본, 한국 대표단의 베이징 시내 숙소를 두고 하는 얘기다.

이번 회담에서는 2003년 8월 제1차 6자회담이 개막된 이후 줄곧 같은 숙소를 사용하며 ‘공조’를 과시했던 미국과 일본이 처음으로 ‘결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1차회담 때부터 지난 7월 제4차 1단계 회담 때까지는 베이징 시내 국제구락부(國際俱樂部)에, 4차 2단계 회담 때는 중국대반점(中國大飯店)에 함께 묵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은 차이나 트레이더스 호텔(China Traders Hotel)에 여장을 풀었고 일본 대표단은 창푸궁(長富宮)을 포스트로 삼았다.

한국 대표단은 4차 1단계 회담 때까지는 주로 중국대반점에서 묵다 4차 2단계 회담 때는 베이징반점(北京飯店)으로, 이번에는 캠핀스키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국 대표단이 베이징반점으로 숙소를 옮긴 4차 2단계 회담때 줄곧 국제구락부에 투숙했던 미국과 일본은 오히려 한국 대표단이 묵던 중국대반점으로 숙소를 변경했다.

당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같은 숙소에 한.미.일 3국이 함께 투숙하면 북한에 대한 ‘3국 공조’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서 숙소 등 사소한 문제로 북한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이런 분석에 기초해 ‘9.19 공동성명’ 이행방안을 논의할 이번 회담에서 미.일이 숙소를 각각 따로 정한 것을 두고도 북한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접촉에서 납치 일본인 문제를 논의했던 일본이 이번 6자회담에서 이 문제에 모종의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 밖에 미국 대표단이 투숙한 차이나 트레이더스 호텔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3개국중 유일하게 4성급 호텔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8일 밤 6자회담 당사국중 가장 늦게 베이징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숙소인 차이나 트레이더스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행 비행편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대표단이 각각 묵고 있는 캠핀스키 호텔과 차이나 트레이더스 호텔, 창푸궁은 북한 대사관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대략 차량으로 5∼10분 거리에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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