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의 중대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제4차 6자회담이 공동문건 ’문안다듬기’ 단계로 넘어가면서 ’수사학’이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든 성과물을 가시화해야 한다”는데는 6개국 대표들의 의중이 일치했지만 “과연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부분에서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가 맞물리면서 ’줄다리기’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거나’ 적어도 ’어느 한쪽도 거부하지 않는’ 수사가 동원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런 협상이 가장 힘들다”면서 “사전을 펴놓고 이 단어, 저단어를 대입하면서 가장 중립적이고 우회적인 표현들을 찾아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우회적이더라도 누가 보더라도 “아, 이 표현은 이런 뜻”이라고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핵 폐기’라는 표현이다. 북한이 극력으로 꺼리는 이 표현을 객관적으로 ’북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담기 위해 개념화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사가 동원됐다.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 과거의 모든 문헌들이 참고된 결과 대략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초기단계조치들과 검증’이라는 문구가 대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핵 폐기를 꺼리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 동결’이라는 표현을 피하려는 미국도 배려한 것이다.
과도한 수사학의 동원 때문에 이번 회담의 성과물이 될 공동문건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합의문’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회담의 일정 등을 감안하고, 애매모호한 합의문건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할 때 ’낮은 수준의 합의문’을 내는 선에서 이번 협상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구체적 합의를 담을 5차 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측 대표단 관계자가 “북미 양측이 공동문안 조율 과정에서 원칙적인 입장에서 맞서면서 구체적인 표현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오랫동안 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접점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은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측이 내놓은 수정초안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7개 항으로 돼있으며, 대부분 원칙적 수준이어서 추가 논의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북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유효성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및 관련 프로그램의 폐기 ▲대북 안전보장 제공 ▲미.일의 대북 관계정상화 ▲에너지 지원 및 대북 경제협력 등이 포함돼 있는데, 각각의 항목을 구체적인 표현을 현실화하는데서 각국의 줄다리기가 생각보다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베이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