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성패 내주가 고비…`베이징 회동’ 주목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다음 주는 차기 6자회담의 결실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의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이뤄질 북미간 직접 또는 간접 대화에서 핵폐기와 관련한 북한의 초기 이행조치 수위와 ‘방코 델타 아시아’(BDA) 계좌동결 문제 해법 등에서 접점을 찾을 지 여부가 차기 회담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울러 회담 개최 시기를 정하는 일도 힐 차관보의 방중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1년여만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차기 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면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은 가능한 한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 회담 일정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그런 만큼 다음 주에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북미간 협의에서 양측이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을 보일 경우 다음달 중순께 회담을 갖는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26일 중국을 방문하는 힐 차관보와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간 ‘베이징 회동’이다.

외교가에서는 지난 20~21일 방중해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회동했던 힐 차관보가 5일만에 다시 중국을 찾는 것은 김 부상과의 협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부상은 당시 ’개인적인 이유’로 베이징을 방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힐-김계관 회동이 성사되면 지난달 31일 북·미·중 3자협의에서 모호하게 합의된 방코 델타 아시아(BDA) 북한계좌 동결문제 해법과 관련한 양측 입장을 분명히하고 회담 재개시 설치예정인 ‘금융문제 워킹그룹’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협의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회동서 도출된 BDA와 관련한 북미 합의 내용에 대해 미측은 ‘워킹그룹을 통해 금융문제를 풀기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측은 “금융제재 해제문제를 논의,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주장, 양측의 BDA 해법 인식에 차이가 상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회담에 나오자 마자 핵폐기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BDA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법 집행 문제이므로 정치적으로 풀 수 없다고 나올 경우 소모적인 신경전이 야기될 것이라는게 관련국들의 우려다.

때문에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은 북한에 의해 BDA 문제가 차기 회담의 최대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물밑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양측은 북한의 초기 이행조치와 그에 대해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제공할 상응조치 간에 절충을 모색할 전망이다.

차기 회담에서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의 초기 이행조치로 영변 5MW 원자로 등 핵시설의 동결과 핵무기 및 프로그램 현황 신고 등을 요구하기로 관련국들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했을때 관련국들이 제공할 인센티브가 무엇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사전 회동을 통해 상호 요구사항의 최대·최저치를 확인하기만 해도 회담 준비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간 사전조율에서 서로의 요구수준이 과도한 차이를 보일 경우 차기 회담은 초기 조치에 대한 북미간 샅바싸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측의 요구 수위는 15일 한·미·일 3자 수석대표 회동과 20~21일 미중 수석대표 회동 등을 통해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상태다.

힐-김계관 회동이 이번에도 성사되지 않을 경우 중국을 매개로 한 북미간 간접 양자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음 주 전개될 국면에서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회담 개최국인 중국의 역할.

북한과의 직접 대화채널과 경제적 지렛대를 동시에 보유한 중국이 탐색전 국면에서 ‘핵보유국 주장’ 등 강경 카드를 꺼낼 북한에 행사할 영향력의 수위는 회담이 성과를 내느냐를 결정짓는데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앞서 지난 달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파견, 회담 복귀 및 추가 핵실험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받아왔을 때처럼 영향력이 건재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건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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