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성격 변화 조짐..북.미 주도

“북핵 6자회담의 성격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25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21-22일) 성과를 분석하면서 6자회담의 성격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이른바 제2차 핵위기를 다루는 다자간 협상틀로 2003년 8월 출범한 6자회담이 서서히 북.미 양자 주도의 협상틀로 변모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처음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월 베를린 북.미 회동이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시 북한과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을 전제로 이른바 핵시설 폐기를 위한 단계적 조치내용에 합의했었다.

이를 토대로 6자회담이 열려 이른바 2.13합의를 도출해낸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질적 협의는 북.미 양측의 협의에서 이뤄지고 6자회담은 이를 추인하는 모습이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그때까지 철저하게 6자회담과 별개의 법적인 이슈였던 BDA 문제가 사실상 6자회담과 연계된 것도 베를린 회동의 결과였다.

물론 베를린 회동이 알려지자 미국은 물론 한국 당국자들은 “6자회담의 틀내에서 이뤄진 회담”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이번에 이뤄진 힐 차관보의 방북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수석대표들과 만난 것처럼 북한의 수석대표를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국자들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북한 핵 문제의 속성상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직접 협상을 하게되면 그만큼 중요한 합의들이 도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

힐 차관보의 방북을 통해서도 북.미 양측은 `포괄적 해결’ 원칙을 도출해냈다.

힐 차관보는 22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면서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는 그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북한도 23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문답을 통해 “(힐 차관보와의) 문제 토의는 포괄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북한과 미국이 ‘포괄적’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는 대목에서 외교전문가들은 ‘포괄적 딜’이 이뤄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북핵 조기 불능화를 포함한 비핵화 현안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를 포함한 관계정상화를 주고받는 ‘과감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교소식통들은 이런 상황 전개가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과감하게 해결하기로 한 정치적 결단을 내린데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용의를 피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미국 내부의 강경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차관보 등 협상파의 손을 들어줬다. 법집행의 문제였던 BDA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중앙은행까지 동원한 미국의 적극적 자세는 최고 수뇌부의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적극적인 협상에 호응하게 되면 북핵 협상은 북.미 간 직접 담판에 따라 국면이 좌우되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어쩌면 이런 일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6자회담은 북.미 직접 담판을 피하려는 부시 행정부가 선택한 협상틀인 만큼 협상이 본격적인 국면으로 넘어가면 어쩔 수 없이 핵심당사자 중심으로 협상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6자회담의 성격이 변화할 경우 의장국 중국의 위상도 함께 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은 1월 베를린 북.미 회동에 대해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고 BDA 해결 과정에서도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이 북.미 간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추인하는 동시에 차후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6자회담에서 동북아 안보실무그룹회의 의장을 맡게되는 러시아의 역할이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러시아는 BDA 해결과정에서 매우 큰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남북한과의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러시아가 앞으로도 역할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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