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북 경수로 집착이 `최대 난제’

중국 베이징에서 13일간 열린 제4차 북핵 6자회담 타결의 최대 걸림돌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주장에 있으며 그 중심에는 경수로 사업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7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이후 숙소인 국제구락부(세인트레지스호텔)로 돌아와 “북한은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권을 보유하고자 했고 경수로를 고집해 공동문서에 담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경수로 문제는 우리의 의제에 올라있지 않았고 (북한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들은 경수로의 의제화를 원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북한은 다른 참가국들과 괴리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주장하면서 경수로를 고집함에 따라 회담이 진척을 볼 수 없었다는 얘기인 셈이다.

사실 북한이 경수로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회담 초반인 지난 달 30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반 장관은 당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라오스 비엔티엔을 방문, “북측이 경수로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우리 (6자회담) 대표단에 전달해왔다”고 말해 경수로 문제가 이번 회담의 난제 중 하나였음을 확인했다.

같은 시기에 비엔티엔을 방문했던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던 반 장관은 ‘북한이 전력과 경수로를 모두 달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고 “경수로 사업이 종료돼도 청산절차 등으로 상당기간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했더니 백 외무상도 수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 외무상의 ‘수긍’은 6자회담의 원만한 타결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북한은 계속 경수로 사업을 고집했고 미국은 물론 우리측도 경수로 사업이 35%의 공정률 상태에서 중단됐지만 공사 완료후 턴키로 넘겨주기 전까지는 북한의 것이 아닌 만큼 이번 회담의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처럼 경수로에 집착하는 것은 이를 도외시할 경우,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이뤄진 평화적 핵 이용이라는 북미간 합의를 깨는 것이며 이는 평화적 핵 이용권의 박탈은 물론, 제네바합의서 채택 당시 북측 최고 지도자로 이를 주도했던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어기는 것이라는 명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제시한 4차 초안에 어떤 문구가 담긴 것인 지는 명확치 않지만 이 같은 한미의 입장에 북한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들이 찬성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한 문제 자체는 비교적 큰 걸림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회담 기간에 “북한은 NPT의 모범회원국이 되면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갖는다는 이해할 만한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일단 핵 주권을 제약한 뒤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이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힐 차관보의 발언은 다른 참가국들의 입장과도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과 관련, 중국이 ‘반대안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을 비롯, 러시아 역시 ‘폐기대상은 군사 목적의 핵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함으로써 북측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우리측 역시 이 같은 입장을 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지난 달 13일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경수로와 관련, “향후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NPT에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국면이 오면 국제사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간에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경수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폐기보다는) 일단 동결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권을 주장하면서 이의 중심축으로 경수로를 고집함으로써 이 것이 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된다는 얘기가 된다.

힐 차관보는 7일 “북한 대표단이 평양에 가서 경수로 문제는 미국의 의제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그래야 다음 회담에서 또 다시 13일을 허비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다시 만났을 때는 이 문제를 풀고 싶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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