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북·미, 막판 수읽기 치열

“누가 판을 깰 수 있을 것인가”.

피 말리는 막판 수싸움을 하고 있는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 정통한 현지 외교소식통은 18일 의장국 중국이 주도하는 ’게임의 룰’의 무서움을 이렇게 정의했다.

중국이 내놓은 4차 수정안을 받자니 내용이 100% 만족스럽지 못하고, 받지 않자니 ’판을 깬’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는 ‘계륵’(鷄肋)같은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6개국 수석대표와 실무진 1명이 참석하는 ’수석대표+1 회의’는 8분만에 정회됐고, 이어 11시50분부터 속개된 회의도 30여분만에 종료됐다.

6자라는 다자 협상구도를 생각할 때 사실상 얼굴만 확인하고, 판을 벌일 것인지 여부만 타진했음을 알 수 있다.

회의가 이렇게 짧은 시간만에 끝난 것에 대해 이 소식통은 “중국은 더이상의 토론은 없으며, 중국의 수정문건을 수용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 달라고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9일 오전의 회의도 ’단순한 선택’만 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라는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각국 지도부의 동향으로 볼 때 입장변화가 이뤄질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동안 길고 긴 시간을 토론을 했으니 이제는 ’결정의 시간’이라는 중국의 입장에 대해 나머지 5개국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측 주장을 애매하게나마 포함시킨 중국의 수정초안 내용이 핵심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은 덜 애매한 표현을 선호한다”고 밝혀 미래를 상정한 경수로 권리를 북한에 허용하는데 대해 반감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북한도 경수로라는 ’성과물’이 있지만 선핵폐기라는 자신들의 기준을 넘어선 내용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협상이 타결될 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회담장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불만이 있으면 수정초안을 거부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의장국 중국의 게임의 룰 때문이다.

일부 관측통들은 “북한은 미국이 ’노(NO)’를 선택하는 순간 갑자기 ’예스(YES)’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럴 경우 미국은 협상을 깬 당사자로 몰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과의 공조를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존재가 있지만 현재 협상의 진행상황을 볼때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클린턴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무엇보다 강조하고, 경수로의 핵무기 생산 이용 가능성 등의 이유로 ’경수로가 포함된 수정문안’을 ’모호성있는 문건’으로 치부하고 있는 미국은 현재 상황에서 거부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 측면에서 아직은 크지 않지만 만일 ’미국이 협상을 깨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측은 북한의 ’전략’을 간파하고 미국측에 미흡하지만 수정초안을 받아들이자고 설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측통들이 “미국과 다른 입장에 선 한국을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판을 깬 장본인’으로 몰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지고 있다.

이런 모습을 살짝 비틀어보면 ’게임의 룰’로 인해 어정쩡한 상태에서 갑자기 협상이 타결되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애초 중국을 의장국으로 설정한 6자회담의 특수한 구도가 협상의 마지막 국면을 더욱 긴장감있게 끌고 가고 있다”면서 “일단 협상이 어떤 형식으로든 정리되면 그 이후의 상황은 현재 예상하는 수준보다 더욱 긴박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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