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복귀…北 노림수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노림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강력 촉구한 반면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회담을 회피해 왔다.

일단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변화된 미국의 정세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10월9일 핵실험 강행 이후 미국 내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양자회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달 7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는 이라크 정책을 비롯한 외교정책이 쟁점이 되면서 미 집권당인 공화당은 상하 양원은 물론이고 주지사 선거에서까지 패배했다.

현실적으로 공화당의 패배는 대북강경파로 손꼽히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존 볼튼 유엔대사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내부적으로 궁지에 몰린 현 부시 행정부와의 담판을 통해 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당근’ 제공에 인색했던 부시 행정부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회동에서 에너지를 포함한 대북경제지원, 정전체제의 종식,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언급함으로써 북한은 미국의 ‘조급증’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변화와 더불어 민주당이 다수가 된 미 의회 역시 향후 북미협상에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해줄 수 있는 원군이라는 판단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중간선거 후 부시가 나서서 전쟁종료 선언 얘기까지 했다”며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진전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해 연내에 열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도 가졌을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든 안하든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한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려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면서 현재 동북아 지역의 국제관계 구도를 핵보유를 기준으로 ‘4 대 2’로 규정하고 “동북아 이해당사자 가운데 조(북), 미, 중, 러의 4개 국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이야말로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미국이 다하지 않는다면 조선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미국이 핵보유국에 대한 무력행사를 피하려 한다면 두 나라 사이의 총포성 없는 전쟁은 필연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 기초한 군축과정으로 이행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 통과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날 핵무기가 없이도 온갖 풍파에 끄떡하지 않은 우리 공화국이 당당한 핵보유국이 된 오늘날에 와서 그 누구의 압력이나 위협에 굴복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핵무기 증가억제를 위한 동결과 근원적 제거를 위한 폐기의 과정을 나눠 ‘몸값’을 높이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일단 북미 기본합의서가 깨진 2003년 이전 체제로 돌아가 북한의 핵무기 증가를 막으려는 노력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한체제보장 문제를 근원적 핵폐기 과정 속에서 얽어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핵보유국을 강조함으로써 대내적으로 주민들에게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의 위치를 분명히 했다는 식으로 선전하면서 ‘강성대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으려 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번 회담에 참가함으로써 현재의 제재국면을 완화하려는 의도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해 유엔의 제재결의안이 통과됐고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가운데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북한의 외교적 노력을 이번 회담을 통해 부각시킴으로써 제재의 강도를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6자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북한은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에 따른 억제력 수단으로서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강경태도가 변하지 않아 합의에 이루지 못했다는 식의 책임전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핵실험 이전과 상황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북미간 입장차이가 여전해 회담이 열리더라도 성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북한은 회담 테이블이라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구축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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