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별 성과 없이 美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

8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핵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검증문제와 관련한 ‘시료채취 명문화’가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검증문제가 쉽게 결판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7일 ‘데일이엔케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싱가포르 미북회담에서 시료채취문제가 조율이 안됐다”면서 “이는 북한이 검증합의서에 (시료채취) 명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4∼5일 싱가포르서 진행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동에서는 ‘시료채취’ 명문화에 대한 미북간 절충안 합의가 끝내 도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싱가포르 미북 회동서 시료채취 명문화를 포함한 북핵 검증의정서의 내용을 사실상 결정하려 했던 미국은 8일부터 열리는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다시 북한과 담판을 지어야 할 상황에 몰렸다.

김 연구위원은 “오바마 당선인이 후보시절에 북한과 대화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미북 대화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 협상을 준비하면서 검증합의서 채택이라는 합의를 이번 회담에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싱가포르 회담이 잘 안된 것은 북한이 검증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며 “(검증안의 시료채취문제를) 받아들이겠다는 (북한) 중앙의 지침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지난 4~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간 수석대표 회동을 마친 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은 ‘시료채취 문제에 대해 합의할 생각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외교적 수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6자회담에서는 성과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키(key)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조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시료채취 문서화에 대한 것은 합의하지 않고 중유지원 문제만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북한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의 협상보다는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직접 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과의 대화의 제스쳐를 취할 것이고 오바마 행정부도 이에 응할 것”이라면서도 “오바마 행정부는 일정 기간 동안 대화를 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알아차리게 될 때 더 큰 채찍을 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 연구위원은 또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화에 지나치게 기대를 거는 것은 크게 오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도 “이번 회담의 관건은 검증문제”라며 “시료채취를 합의할 수 없을 것이고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와의 장기적인 협상을 염두에 두고 시료채취를 호락호락하게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선제압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베이징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회담 전망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시료채취의 명문화 여부에 대해서도 “회담장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