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대표들 `말조심’ 눈길

제4차 6자회담 이후 50일만에 다시 모이는 각국 수석대표들 사이에서 말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특히 남과 북의 수석대표들은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베이징(北京)에 입성하면서 쏟아지는 질문에도 불구, 한마디씩만 하면서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우리측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7일 오후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공동성명 이행계획 마련을 위한 기초작업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였다.

8일 오전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건강한 모습을 봐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만 건넸을 뿐이다. 얼굴에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김 부상의 조심스러운 모습은 이날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비유를 통해 “등대는 우리로부터 너무 멀리 있고 바다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어떤 때는 등대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의 일부 행동은 바다의 안개를 더욱 짙게 만들어 방향을 더욱 모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부상이 9월13일 제4차 2단계 회담에 참석차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기 직전에 “경수로를 가져야 하며 이 것이 핵문제 해결의 관건”이라며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태도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회담이 9월19일 공동성명 발표 이후 6자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새로운 협상의 출발인 점을 감안해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측이 많아 보인다.

아울러 불필요하게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으로 회담 분위기를 흐리지 말자는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개최기간이 짧을 이번 회담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문에 이번 회담을 짧게 끝내고 2단계에서 본격적인 협상을 이어나갈 것인 만큼 회담의 모멘텀 유지를 위해 지나친 신경전을 삼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인 것이다.

이와 관련, APEC에서 정상들이 6자회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이번 회담이 충돌을 피한 채 입장을 개진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로의 입장차가 워낙 큰 만큼 본격적인 기싸움을 앞두고 먼저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입조심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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