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끝장토론이 낳은 것들

“앞으로 한 발짝만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의 절반 정도는 온 것이다”(송민순 차관보).

“데이턴 협상 때는 21일이 걸렸다”(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 차관보).

지난 4일 밤 9시10분(한국시간 10시10분) 열린 수석대표회의에서는 공동문건 도출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은 자리에서 한미 수석대표인 송 차관보와 힐 차관보가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차관보는 그린랜드 속담을 인용했고, 힐 차관보는 1995년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해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열린 ‘데이턴 협상’에 참여한 경험담을 들어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고 힘을 북돋우었다.

이런 언급들은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5일로 11일째에 접어들면서 개막 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말했던 ‘끝장 토론’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나온 것들이다.

종전 회담이 3박4일로 끝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마라톤협상이 된 것이다.

중국측 친 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는 먼 길이다. 계속 노력해야 한다. 4차 회담은 그 길 중의 일부이다”라는 말을 내놓았다.

중국측 집계에 따르면 4일 오후 현재까지 이뤄진 참가국 간 양자협의는 모두 72차례였다. 같은 날 오후에는 남.북.미 사이의 3자협의가 성사되기도 했다.

중국은 의장국인 만큼 특히 양자협의가 많았다. 미국과 14회, 북한 11회, 일본 7회, 러시아 6회, 한국 4회 등 모두 42회나 했다는 게 중국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각국 대표들의 얼굴에는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송 차관보를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의 하루 수면 시간은 짧게는 2시간, 길어야 4시간 정도이고 서울에 전문을 보내고 전략을 짜다 보면 아예 철야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국이자 참가국인 중국은 이번 회담에 외교부 9개 부문에서 200여명의 직원을 투입,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노력을 쏫아붓고 있다는 게 중국측 설명이다.

또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회담장이 있는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芳菲怨)에 아예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3∼4일에는 밤 늦게까지 양자협의와 수석대표회의가 있었으니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울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풀리지 않으면서 목이 탄 탓인지 댜오위타이에서 회담 기간 소비된 생수는 5천병, 커피는 2천컵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끝장토론 속에 초반에 자제했던 장외공방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은 2일에는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분들 더운 날씨에 취재하느라 수고가 많다”고 취재진을 격려하기도 했지만 4일 밤에는 작심한 듯 평화적 핵 이용권 고수입장을 강조, 미국을 겨냥했다.

특히 김 부상의 4일 발언은 힐 차관보가 같은 날 아침 숙소를 나서며 “북한은 중국의 수정안에 대해 조속히 대답해야 한다”며 재촉한 것에 대한 ‘반격’의 성격도 없지 않아 보여 장외공방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베이징=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