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국내 전문가 중간진단

북핵 해결을 위한 베이징(北京)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주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1일 참가국 대표들이 비교적 실무적이고 합리적인 협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폐기 범위, 핵 폐기-보상 순서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나 일단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 공동합의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쟁점이 되거나 구체적인 사안은 실무회담을 통해 정리하고 추후 본회담을 열어 이를 추인하는 방식으로 회담이 진행될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회담의 중간 평가를 정리했다. (가나다 순)

▲고유환 동국대 교수 = 4차 6자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기본 틀과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비핵화의 범위와 방법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같은데 범위와 방법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를, 북한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비핵지대화 개념도 견해차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해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요구하면서 한반도에 핵무기를 반입하지 말 것과 핵우산 철폐 등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최우선 목표가 체제보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관철하자는 의도보다는 협상전략으로 판단된다.

경수로 문제는 회담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한반도 비핵화시 공사 재개를 고려해본다’는 식으로 현단계에서 동결하고 진행상황에 따라 공사재개 여지를 남겨두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번 회담에서는 큰 틀의 방향을 정리하는 문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안에는 비핵화에 대한 선언적 의미와 이에 따르는 관계개선, 안전보장, 경제협력 등이 포괄적으로 규정될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것은 추후 실무그룹 회담 등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북-미가 회담에 적극성을 보이고 비교적 합리적인 주장을 편다는 점이 그간 성과로 보인다. 즉, 외교적 수사나 표정 하나 하나에 조심하면서 합리성을 보여주고 있고 북한도 장외행동을 삼가고 있다.

북-미간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결국 ’순서’(sequence)의 문제로 요약된다. 어찌보면 미국도 북한의 평화적 핵 활동을 원천 봉쇄하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북한이 신뢰를 회복한 이후에도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 관련 의혹을 모두 벗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다면 평화적 핵활동을 보장할 수 있다는 한국측 논리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협상의 최상 목표가 북핵 폐기라고 한다면 최저치는 한반도 비핵화일 텐데 한반도 비핵화만으로는 도저히 안된다. 때문에 북핵 폐기라는 단어를 공동선언문에 넣을 수 없다면 북핵 폐기라는 의미가 분명하게 규정되는 수사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핵 동결과 검증’이란 표현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이번 회담에는 적어도 공동합의문이 나와야하며 ’말대 말’ 수준의, ’행동대 행동’의 1단계 조치는 합의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성공이라고 하기 힘들다. 힐 차관보도 이번 회담이 실패하면 워싱턴에서 입지가 급격히 약화할 가능성이 크고 공동합의문도 안 나오고 동결에도 실패한다면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올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협상은 힘이다. 생각보다 오랜 기간 밀고 당기기를 할 것이다. 북한도 이미 한계를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오히려 협상 결과는 밝다고 본다. 최대한 밀고 당기다가 최후 순간에서 못 이기는 척하면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미 사이에 한반도 비핵화와 국교정상화라는 최종 목표를 확실히 설정한 것과 북미 양자협상이 대폭 활성화됐다는 점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3차 때와는 달리 문제해결의 시급성을 공유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북핵 회담은 사실상 이번 회담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종 목표인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는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비핵화 범위가 문제되고 있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을 허용할 것인가도 난관이다. 북한은 경수로를 완공하지 않고서는 향후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북한은 또 미국이 비핵화만 얻어내고 관계정상화를 질질 끄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일거에 관계정상화를 이뤄내기 위해 매 단계마다 철저히 미국을 개입시켜 체계적으로 끌고 나간다는 것이 북한의 전략중 하나다.

원칙적인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북핵 해결을 위한 첫 회의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정상화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실질적인 원칙과 기본적 합의, 절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리라 본다. 어려운 의제는 다음 단계에서 논의해 나가고 차근차근 가면 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 = 6자회담이 ’양자’ 틀로 바뀌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 회담을 결렬시키지 않고 적극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한반도 비핵화 개념과 핵 폐기시 북한에 제공할 조건, 경수로 건설 등이 북-미간 주요 쟁점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남한의 전력은 그대로 지원받고 경수로 건설도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평화적 핵 이용권한 뿐 아니라 모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나머지 세부적인 문제는 6자회담의 모멘텀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실무그룹 회의를 열어 계속 협의하기로 하는 수준에서 의견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정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예상했던 것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되고 있고 참가국들이 협상안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느낌이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한 보장과 핵 폐기 범위 등이 주요 쟁점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경수로 건설을 강하게 요청한 것도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한 측면이 강하다. 이는 곧 핵 주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타협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본다.

따라서 참가국 대표들이 공동서명한 공동선언문 정도는 채택이 가능할 전망이다. 물론 공동선언에 어떤 수준의 내용을 담을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향후 실무그룹을 구성해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수준의 합의는 가능할 전망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기조실장 = 남북한과 미국 등 주요 관계국이 3차 회담 때까지 보여줬던 협상태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6자회담 내에서 북-미 양자회담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 등 회담 형식도 실무적으로 바뀐 것도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북-미간 쟁점 사안은 핵 폐기 범위와 동시행동, 안전보장, 경수로 지원 등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HEU)을 포함한 모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경수로 완공 등 평화적인 핵 활동은 제외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미국의 선 핵폐기 주장은 여전하고 북한은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미 안전보장 및 다자안전보장도 상충하는 사안이다.

이런 쟁점은 4차 6자회담에서 모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 일단 합의를 한 뒤 워킹그룹회담(실무회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4차 6자회담은 다음 번 회담을 재개하는 모멘텀, 예를 들어 한반도 비핵화 , 북한체제 인정, 대북 경제지원 등 큰 틀에서 합의를 하되 구체적인 협의는 실무회담에 넘기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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