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공동성명, 비핵화 규정에 ‘구멍’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남한 영토에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한미 양측이 확인하고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비핵화 실현에 큰 허점을 내포한 것으로 지적됐다.

19일 타결된 6자회담 공동성명 제1항은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규정했다.

공동성명은 이어 “한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및 배비(配備)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 항공기들이 수시로 한반도를 들락날락하면서 핵공격연습을 하도록 허용한 이상,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22일 “공동성명에 핵무기 ‘출입’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핵훈련 목적의) 미군의 접근을 막을 근거가 없다”며 “미국도 이러한 전후 사정을 감안해 공동성명에 서명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현재 비준된 남태평양비핵지대조약 등에 반드시 미군 출입에 대한 예외 조항이 포함된 점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김 박사는 “미군이 실제로 한반도에서 핵공격 훈련을 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일부 시민단체들은 경남 진해 소모도 해군기지에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688호(SSN-688-LA,공격형 핵잠수함)가 정박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뿌리부터 재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며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핵추진 잠수함과 핵탑재 잠수함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정부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모도에 입항, 정박한 미핵잠수함은 공격형 핵잠수함이며 상황에 따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곧 미군의 잠수함과 항공모함, 항공기들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언제든지 무력화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회담 타결 이틀째인 21일 “6자회담의 간판 밑에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운운하는 미국의 속셈은 불보듯 뻔하고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핵으로 압살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한반도에 수시로 출입하는 잠수함과 항공모함, 스텔스 전폭기 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됐으나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비핵화 범위를 접수와 배비에 한정한 점도 주목된다.

선박 항공기에 의한 핵무기의 `반입’ 금지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도, 이번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는 “한국 영토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공동성명 조항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영토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에 속하는 관할 범위(영역) 가운데 육지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영해와 영공에 존재하는 핵무기는 제외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전문가는 “영토가 국가 영역과 동일시 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육지만을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회담 관계자들이 조급하게 처리하느라 공동성명에 애매한 문구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또 “미공군 항공기들이 비공개적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핵공격 연습을 실시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토 이외에 영해와 영공의 핵무기 반입 배비 금지까지 적시했어야 한반도 비핵화 목적에 부합된다는 것.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및 배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 “영토 개념은 영공과 영해를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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