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공동문건 초안내용 뭘까

6자회담 공동초안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머리를 싸매고 만든 공동문건 초안을 놓고 휴일인 31일 참가국들이 본격 협의에 들어갔다.

이 초안은 중국이 29일 수석대표가 참여한 소인수(소규모)회의 등을 통해 받은 국가별 희망사항에서 공통분모를 정리해 30일 소인수회의에서 나눠준 것이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크게 문건의 격(格)과 내용에 맞춰져 있다.

우선 문건의 격은 1차 때 `의장요약’, 2∼3차 때 `의장성명’ 수준에 그친 만큼 최소한 `공동발표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27일 기조연설에서 “이번에 공동선언 등 공동문건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희망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논의 결과가 유동적이어서 격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많다.

공동문건 초안의 내용은 중국이 중용(中庸)의 미덕을 발휘, 참가국별 초안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인 만큼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원하는 국가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중국의 스탠스도 공동문건 초안의 톤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개막식에서 “밥을 한 술 한 술 먹다보면 언젠가는 배가 불러지고 길은 한 걸음씩 걷다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한 것은 일단 목표를 `최소한’으로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중국은 기조연설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별 실천을 위해 그 기초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상대적인 균형’을 강조했다.

이런 흐름에 비춰 볼 때 공동문건의 내용은 이번 목표로 회담 전부터 참가국들이 한 목소리를 낸 `한반도 비핵화’와 그 반대급부의 성격이 짙은 `관계정상화’ 등 양대 목표로부터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비핵화를 보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비핵지대화’라는 광의의 개념을 들고 나오기는 했지만 공동문건 첫머리에는 모두가 희망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언론들이 공동문건 초안에 1992년 발효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재확인한 내용이 들었갔다고 전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에 대한 표현이 이 선언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다면 남북 간에는 이견이 적겠지만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대상으로 잡아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까지 포함시키려는 미국을 100% 만족시키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선언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 등과 핵재처리ㆍ우라늄농축 시설 보유를 금한 반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을 허용, 미국이 요구하는 우라늄농축까지 포괄하지만 평화적 이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

물론 서문에 이 선언을 재확인하고 본문에 비핵화와 핵폐기 대상에 대한 표현이 구체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북미 양측이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고, 특히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경수로 건설사업의 지속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기 보다는 모호성을 띤 절묘한 표현이 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폐기 대상과는 무관하게 북한과 미국은 각각 `검증 가능하게’와 `검증을 수반해’ 폐기한다고 밝힌 만큼 `검증’이라는 표현은 들어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핵폐기에 따른 관계 정상화의 내용에는 안전보장을 통한 정치.군사적인 관계는 물론 경제협력 등 경제적인 관계 정상화까지 포괄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안전보장, 교역 및 투자를 포함한 경협 조치 등을,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제도전복 정책’ 포기,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 구축, 경제적 손실보상 등을 제안한 것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중국도 기조연설에서 주권존중, 불침공, 내정불간섭, 평화공존, 경협, 교역관계 수립, 무력불사용, 냉전 종식 등을 내용에 담았고 일본은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상당한 경협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관계정상화 부분에서는 비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통분모가 많은 만큼 일단 `안전보장’과 `경제협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측의 200만kW 대북 송전 방안 등과 같은 이행방안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키워드에 따라붙는 수식어나 구체적인 표현, 시기 및 순서를 예단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안전보장 형식이 다자안전보장으로 구체화됐는지, 아니면 한걸음 나아가 평화체제를 모색하는 내용까지 들어갔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텍스트(문건)는 짧을지라도 한 줄 한 줄이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 것은 각국의 엇갈리는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직접적 표현을 되도록 피하는 대신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큰 제목으로 집어넣고 여기에 필요한 소제목들이 나열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권문제의 경우 미국은 관계정상화의 필수적인 통과의례로 보는 반면 북한은 체제문제와 직결되는 성격상 받기 힘든 의제에 해당하는 만큼 공동문건 초안에서는 아예 빠졌거나, 아니면 `중의적’ 표현이 사용됐을 수도 있다.

예컨대 `인도적 현안’ 정도의 모호한 표현으로 짚고 넘어가면 미국은 인권으로, 북한은 대북 지원으로, 일본은 납치 문제로 제각각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핵폐기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안정보장을 포괄하는 관계개선을 골자로 `말 대 말’의 합의를 문건에 담는 대신, 평화적 핵 이용권이나 인권처럼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쟁점은 추후 실무그룹회의에서 논의토록 하는 선에서 봉합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는 최대공약수만 담고 미합의사항은 추가협의 기회에 미뤄두는 방안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9일 “쉬운 것은 쉬운대로 합의하고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대로 해결하는 쪽으로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난이도에 따라 `합의’와 `해결’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방안과 비슷한 맥락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문건 초안에 대해 “동시행동으로 단계적으로 한다는 원칙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한 뒤 인권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포함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초안에 북핵 폐기의 대상이 ‘핵무기 및 관련 프로그램’으로 명기, 핵의 평화적 이용 여부를 애매하게 처리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핵 폐기와 이에 따른 5개국의 안전보장과 경협, 국교정상화 등 상응조치를 ‘동시행동’으로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원칙이 포함됐다고 각각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또 북한 주권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언급이 있는 반면 북한의 인권과 미사일문제 등에 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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